섬유 계면활성제 ‘블루사인 인증’ 획득… 친환경 앞장서는 글로벌 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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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동림유화

㈜동림유화 연구소
㈜동림유화 연구소
섬유란 가늘고 길며 연하게 굽힐 수 있는 천연, 인조의 선상 물체를 의미한다. 종류에 따라 동물섬유, 식물섬유, 광물섬유가 포함되는 천연섬유와 인공섬유 등이 있다.

최근에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섬유 패션 시장에서 더 나아가 타이어 보강제로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 고압용기 제작에 쓰이는 탄소섬유, 인체에 유해한 본드의 대체재로 쓰이는 저융점 섬유(LMF)까지 시장의 범위와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항균, 항바이러스 섬유가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국내 섬유산업이 친환경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 및 생산할 수 있도록 ‘섬유 패션시장 한국판 뉴딜 실행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전략에는 2026년까지 섬유 패션산업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네트워크 생산 체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K패션 디지털 혁신 기반을 마련한다.

세미나 모습
세미나 모습
섬유를 가공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료인 ‘계면활성제’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통상적으로 계면활성제는 옷감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제, 염료가 고르게 착염되도록 돕는 균염제, 정전기를 방지하는 유연제 등 섬유 가공에 쓰이는 약품의 대부분에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섬유 화학 약품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위해 국내 섬유기업들이 관련 인증을 받은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다.

회사 전경
회사 전경
대표적으로는 ‘블루사인 인증’이 있다. 2000년 스위스에 설립된 블루사인 테크놀로지 주식회사(Bluesign technologies ag)에 의해 만들어진 블루사인 인증은 환경, 보건, 안전(Environmental, Health, Safety)에 관한 섬유 인증 기준이다.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유해 물질의 사용 및 발생을 최소화했으며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었음을 보장한다. 또한 소재의 성분은 물론 생산 과정에서 작업 안전성과 오염 물질 방출 여부 등을 철저히 심사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전한 제품임을 보장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관리도 매우 엄격한데 우모의 경우 인증 절차에 살아있는 우모 채취를 금지한다.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투입되는 화학 물질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600여 개의 제한 물질 리스트(RSL)와 900여 개의 블루사인 시스템 성분 리스트(BSSL)를 구축하여 체계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블루사인 인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즉, 옷을 살 때 멋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블루사인은 이러한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키는 섬유 산업의 대표적인 지속 가능성 인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 기업… “섬유 시장 폭발적 성장 속 세계로 뻗어나갈 것”


서봉준 ㈜동림유화 대표
3년 연구 끝 블루사인 인증 획득… 기업 대중적 인지도 함께 좋아져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법인 4곳… 해외시장 점유율 60∼70% 달해
화학약품 산업, 가격경쟁서 유리… 끝없는 연구 개발로 직원과 상생


국내에도 블루사인 인증을 받으며 49년간 굳건히 섬유화학약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동림유화가 그 주인공이다. 1973년 설립 이래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동림유화는 친환경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 명실상부 국내 대표 기업이다. 뚝심과 열정으로 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동림유화 서봉준 대표(사진)를 만나봤다.

―49년간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동림유화만의 경쟁력은?

“이러한 타이틀이 수식어로 붙기까지 수많은 역경과 고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떠한 시련에도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신뢰성도 동림유화만의 경쟁력이다. 아버지가 대표로 계셨을 때부터 외부, 거래처와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아버지의 신념이 곧 나의 신념이 되었다. 누군가 신뢰를 저버린다면 내외부 직원들 모두가 금방 알게 되는 구조다. 또 다른 경쟁력은 마진 없는 가격이다. 나는 필요 없는 마진을 빼기 위해 늘 고민한다. 싸게 파는 물건에 대해서도 늘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기업의 순이익을 위해 필요 이상 돈을 많이 받는 건 반대로 조직을 병들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 원칙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적 우표 수집이 취미였다. 우표를 수집하면서 다른 사람과 맞교환을 하기도 하지만 남의 것이 탐나도 교환을 하지 않고 직접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쉽게 타협하지 않는 자세는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결국 우리 브랜드의 색이 되며 이미지가 되기 때문이다.”

―두 개의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는 걸로 안다. 각 연구소에서는 어떤 업무가 이뤄지나?

“먼저 화학제품을 연구개발(R&D)해 독자적인 상품 개발을 하는 순수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소에서는 고객 니즈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시스템 변형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술을 지원하고 제품을 수정해 주는 일, QC도 모두 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독일에서 배워온 것을 참고하고 있다.”

―‘블루사인’ 인증을 받은 걸로 안다. 인증을 받은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처음에는 한 거래처가 친환경 의류 브랜드의 오더를 받기 위해 블루사인 인증을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블루사인 인증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 친환경적이라는 점 등 블루사인 인증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연구진들 때문이었다. 연구진들은 직업 특성상 반응이 강한 화학제품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다. 그중에는 환경을 해치는 화학제품도 있었다. 이를 방지하고자 친환경 인증을 받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블루사인 인증을 받았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인증을 받은 만큼 계면활성제를 보는 시각이 고차원적으로 달라졌다. 연구소를 직접 관리하고 조금 더 꼼꼼하게 검열을 하니 결과적으로 대중이 우리 기업을 보는 시각이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블루사인 인증을 받은 이후 회사 내부에서도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식물 배치하기, 나무가 많은 회사 만들기 등이다.”

―4개의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신데 법인을 늘릴 계획도 있는지?

“우리 기업은 현재 베트남, 온두라스,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 4개의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무려 60∼70%를 차지한다. 더욱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R&D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모든 해외 지점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이슈로 통관이 지연되는 바람에 3개월 분량을 6개월 분량으로 주문하는 등 재고 관리가 잘못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장 시장 성장률은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섬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동림유화의 미국 진출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

―중국 계면활성제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600여 개의 원료를 가지고 몇 개의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이 화학약품 산업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기초 원료 원가가 같아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또한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정책 및 보조금 지원을 받아 더 저렴하다. 품질 면에서도 월등히 자신 있다.”

―반세기 가까이 직원들과 상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있다면 무엇인지?

“나는 창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라 운이 좋다. 늘 그런 마음이 있다. 창업자라면 좀 더 당당 할 수 있었겠지만 가업을 이어받은 터라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내가 직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능력을 키워 회사를 강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일하신 직원들과 섬유산업에 꿈을 갖고 도전한 젊은 직원에게 해가 되지 않고자 섬유공학과를 전공하고 공부했다. 지금까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것도 직원들과 더불어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코로나19로 의류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섬유화학약품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섬유 가공공장과 의류 생산공장이 주 거래처인 우리기업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 앞서 말했듯 블루사인 인증을 받았으며 최종 목적지인 미국에서 섬유시장 규제를 많이 풀어줘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냈다. 매출의 70%가 미국이니 코로나 영향을 7분의 1 정도만 받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섬유화학약품 산업의 미래도 매우 밝을 것으로 전망한다. 섬유 가공공장 및 의류 생산공장 등에서도 친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시너지가 되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화약약품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하자면?


“결단력이 중요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기회가 없더라도 기업 속에서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다. 인생에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실행하는 용기, 튕겨 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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