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운임 고공행진 - 상하이 봉쇄… 물류 이중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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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해운운임 하락세 보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체감 못할 수준”
美항구 ‘컨테이너 정체’ 상황 지속… 中, 코로나 봉쇄 풀면 운임 또 뛸듯

“운임 단가가 떨어졌다는데, 저희는 전혀 체감을 못해요.”

글로벌 해운 운임이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국내 한 수출 기업의 대표는 “남의 나라 얘기”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 항로의 운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배를 구하지 못해 창고에 물건이 쌓여 있는 상황도 여전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상하이 등 주요 도시들을 봉쇄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물류 대란을 더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2주 연속 하락해 8일 기준 426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말 수준이다. 올해 1월 초 5109포인트에 비하면 846포인트(16.6%)나 낮아졌다. 지난해엔 코로나로 억눌려 있던 수출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해운 운임이 급등했다. 해운사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내기 위해 선박 공급량을 늘렸다. 해운 운임이 고점을 찍고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운임 하락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미주 노선의 운임은 여전히 천장을 뚫을 기세다. 관세청이 물류 서비스 이용자들이 신고한 컨테이너 운임 등을 바탕으로 조사한 ‘한국 컨테이너 운임’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말 미국 서부와 동부로 가는 수출 컨테이너 운임은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1FEU와 같음)당 각각 1567만 원, 1520만 원 수준이었다. 올해에도 같은 기준 운임이 1550만 원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3월 미국 동부 운임의 경우 2월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운임의 하락폭이 더딘 것은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항만에서의 작업 속도가 워낙 더디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미국 주요 항구들은 수십 척의 컨테이너선이 대기하는 항만 정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만 근로자들은 웃돈을 준다고 해도 늦게까지 작업을 하지 않으려 해 정체가 심해지고 있다”며 “5월로 예정된 미국 항만 노조 임금 협상이 결렬되기라도 하면 물류 대란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뿐 아니다. EU행 수출 컨테이너 운임도 지난해 1월 2TEU당 380만 원에서 올해 2월 약 1400만 원 수준까지 3배 이상으로 오른 상태인데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주요 도심 봉쇄를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물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국내 한 화장품 제조업체 A사는 상하이 지역의 물류 봉쇄로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 달 넘게 받지 못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대기업에 납품을 하지 못해서 생산 공정 자체가 마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봉쇄 조치가 풀린 직후에는 갑작스러운 물량 증가로 해운 운임이 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들은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중국 내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 한국에서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들이 높은 운임을 내겠다고 하면 선사들은 ‘돈이 되는’ 중국 물건을 먼저 실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장기 계약을 한 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수출을 위한 배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전보다 4∼5배 이상 운임이 높은데 겨우 몇 십만 원 내린다한들 감흥이나 오겠냐”며 “물류 대란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운임단가#상하이 봉쇄#물류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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