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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경제 이슈&뷰]달라진 시장, 상생-동반성장 정책 다듬어야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입력 2022-04-07 03:00업데이트 2022-04-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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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은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으로 양극화를 해소해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법률이다. 기존에는 대기업의 시장지배와 납품 중소기업 간 3대 문제, 즉 기술보호 적정단가 대금결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거래 공정화와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경제 확산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강화,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의 환경 변화로 현행법과 제도로 풀기 어려운 과제가 생겼다.

첫째, 플랫폼 경제가 급부상하며 대기업과 납품 중소기업을 당사자로 한정한 현행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당사자가 고정된 수직적 양자 관계이지만, 플랫폼 구조에서는 수요자, 공급자, 플랫폼, 플랫폼 노동자 등 당사자가 다수이고 이들의 관계도 유동적이다. 핵심 문제도 수수료, 이용료, 알고리즘 등으로 다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심의 대상인 대리운전업 사례만 보더라도 플랫폼 중소기업들은 플랫폼 대기업(카카오, 티맵)과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에 대해 협의한다. 하지만 대리운전기사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아니어서 현행법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받는 수수료, 심야 복귀수단, 안전, 보험 등은 논의되지 않는다. 배달원, 대리기사 등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도 상생·동반성장 주체로 인정되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상생·동반성장을 거래 관계에만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기존에 가맹점에 고가 인테리어 비용 등을 떠넘기는 게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본사 회장의 갑질이나 성 추문 등으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려 전체 가맹점에 피해를 끼치는 문제가 발생해 관련법에 손해배상 규정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현행 상생·동반성장 제도인 동반성장지수는 거래 관계만 평가한다. 대기업이 법을 위반해도 중소기업과 거래관계가 좋다면 양호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셋째, 불공정행위 제재나 기존시장을 분할하는 규제 외에 시장확대적이고 비규제적인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생법(제11조)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경영 자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본참여 방안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지만 정책 부재로 사문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투자할 때 의결권 제한 등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제조와 해외 마케팅 등 역할 분담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자립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나 적합업종제도 보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넷째, 상생·동반성장 노력 주체를 대기업에 한정할 게 아니라 광범한 경제주체로 확대해야 한다. 납품대금 조기 현금화(상생결제)는 대부분 대기업·공기업이 참여한다. 연 매출 1000억 원인 중소기업도 연 매출 10억 원인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 상생 노력을 해야 한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도 협력사 60개 이상인 210여 대기업에서 대폭 확대해 우수기업에는 정부조달 우대 등 실질적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환경 급변으로 나타난 새로운 상생·동반성장 과제에 대해 새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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