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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경제 이슈&뷰]고준위 방폐장 추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야

입력 2022-04-21 03:00업데이트 2022-04-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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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원자력발전을 운영 중인 나라들의 골칫거리가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하는 것이다. 반핵론자들은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이 없는 것을 화장실이 없는 집에 비유한다. 이해도 쉽고 설득력도 최고다. 반면 원자력 공학자들은 “반핵론자들의 반대만 없다면 처분장을 확보할 수 있고 현재 기술로 고준위 폐기물을 충분히 안전하게 보관 및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EU)도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같은 고민을 한다. 연초에 발표된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초안에는 원전을 조건부로, 천연가스를 한시적으로 녹색기술에 포함시켰다. 단,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할 수 있는 계획과 자금,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의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운영 시기인 2051년과 거의 같다.

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 따른 여건 변화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사용후 핵연료 재검토 위원회를 운영했다. 위원장과 위원 사퇴 등 진통을 거듭한 끝에 권고안이 발표되었고 작년 말 기본계획이 다시 수립됐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전은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을 건의한 것이다. 원내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여당이 법안을 발의하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여당이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아직 관련 상임위 심사 과정에 있다. 갈 길이 멀다.

특별법안은 영구 처분장 마련을 위한 추진 체계와 절차를 마련하는 중요한 취지를 담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은 자신의 부지 내 사실상 영구 처분장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원전 설계 수명 내 발생할 사용후 핵연료량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걱정한다. 차기 정부 공약 사항인 원전 계속 운전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마련에 앞서가는 나라가 여럿 있다. 핀란드는 2024년 운영 시작을 목표로 건설 중이고, 스웨덴은 건설 허가를 받았으며, 프랑스는 부지 선정, 일본은 후보지 선정을 끝냈다. EU 택소노미로 해당국들의 일정이 단축될 가능성도 높다. 기본계획 로드맵에 의하면 부지 선정 착수에서 확보까지 13년, 영구 처분 시설 확보까지는 37년이 걸린다. 올해 착수해도 2059년에야 운영 가능한 셈이다. 지난 5년의 허송이 너무 커 보인다. 정부부처에 맡겨 둬서는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약한 차기 정부의 체면을 구기기 십상이다. 인수위는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추진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문제 해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폭탄 돌리기 기술을 쓰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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