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T 회장 겸직 발표한 날, ‘AI전략 재검토’ 첫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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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TF에 AI전략 설문조사… 취임 동시에 직원들에 메시지
“AI컴퍼니 전환 더 미룰수 없어… 가보지 않은 길, 소통으로 도전”
인사위 열어 미등기 회장 보임 확정… 반도체-에너지-통신부문 직접 챙겨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SK텔레콤 회장에 취임한 21일 인공지능(AI) 태스크포스(TF) ‘아폴로’ 구성원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200여 명에 이르는 아폴로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익명 전제의 설문조사가 진행되면서다. 질문은 주로 향후 AI 사업의 방향성과 TF 운용전략 등에 대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아폴로 재정비를 택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최 회장의 미등기 회장 보임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SK텔레콤은 그동안 업(業)의 확장을 통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며 “하지만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이에 저는 그룹 최고 경영진으로서 이 도전에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다짐을 밝혔다.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에 오르기로 결정한 배경 중 하나가 지난해 5월 출범한 아폴로의 부진한 성과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조직은 SK텔레콤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AI 전문가들과 외부 인재들이 영입되면서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나타낸 최 회장은 정작 1년이 가깝도록 뚜렷한 성과가 없어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메시지에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함께 도전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집단 지성을 모아 SK텔레콤 성장 스토리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의 겸직 보임 자료를 내며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전반에서의 딥 체인지 가속화를 위해 조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04년 소버린 사태 이후 SK텔레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이래 공식적으로는 18년 만에 SK텔레콤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다. SK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의 전략 수립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지만 공식적인 보직이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에 대한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미등기 형식이지만 직접 취임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4년 대법원 판결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당시 맡고 있던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그 직후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는 미등기 회장직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엔 SK㈜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전환과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의사결정들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 SK텔레콤의 미등기 회장직에 오르면서 최 회장은 반도체, 에너지, 통신 부문의 핵심 계열사 세 곳 경영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거버넌스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SK에서 최 회장의 계열사 경영 참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등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성장 산업은 최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그룹 비전에 따라 신사업 투자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태원#skt#ai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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