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유기동물 年 13만 마리… 코무늬가 해결책 될까”[Question & Change]

입력 2022-02-17 03:00업데이트 2022-02-17 11:2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2〉AI 기술로 반려견 신원확인… 앱 만든 ‘펫나우’ 임준호 대표
‘유기동물 없는 세상’ 도전… ‘美CES 최고혁신상’ 열매 임준호 펫나우 대표가 서울 서초구 AI양재허브 사무실에서 개 인형을 들고 반려동물 인식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임 대표는 “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펫나우의 모토”라고 말했다. 펫나우 앱의 인공지능은 개 비문(코무늬) 인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촬영에도 도입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른쪽 사진은 펫나우가 받은 CES 2022의 최고혁신상.
국내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반려동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어두운 그늘도 있다. 몰래 버려지는 유기 반려동물이 연간 13만 마리나 된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55)는 생각했다. 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휴대전화로 동물의 비문(鼻紋·코의 무늬)을 찍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도, 행여 주인을 잃은 동물도 주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 동물 신원확인에 뛰어든 반도체 전문가
펫나우는 2018년 8월 설립됐다. 임 대표는 이 회사의 설립자는 아니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2003년 칩스앤미디어라는 반도체 설계회사를 창업해 매각한 적이 있다. 이 성공에 힘입어 2008년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를 따로 차렸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사업이라 결국 사업을 접었다. 창업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셈이다. “성공과 실패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니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스타트업 창업을 돕는 컨설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2019년 8월 펫나우에 합류했다.

당초 펫나우라는 회사를 만든 사람은 임 대표가 칩스앤미디어에서 뽑았던 직원이다. 동물 신원확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긴 했지만 촬영의 낮은 인식률을 해결하지 못해 사업을 접고 싶어 임 대표에게 컨설팅을 받으러 찾아왔다. 이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임 대표에게 창업자는 부탁했다. “그럼 이 회사를 맡아 주세요.”

임 대표는 기술 기반의 딥테크 회사로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했다. 연세대에서 AI 영상처리를 전공한 박대현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고 개발자들을 모았다. “한 번씩의 성공과 실패를 겪었더니 어디에 어느 분야의 고수가 있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 움직이는 강아지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회사 방향을 정하고 인재를 영입했지만 근본적인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AI는 반복적 학습을 통해 데이터가 쌓여야 정확도가 높아진다. 문제는 AI가 학습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초기 데이터가 마땅하지 않았다. 강아지의 선명한 코 사진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와 박 CTO는 직접 비문 사진 촬영에 나섰다. DSLR 카메라를 들고 반려견 카페, 유기동물 보호소, 애견미용학원 등을 찾아다녔다. 5개월 동안 갈 만한 곳은 다 다녀보니 약 2만 장의 개 비문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유기동물을 찾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이 비문 인식도 잘해야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비문 촬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펫나우는 강아지가 휴대전화 카메라를 보고만 있으면 아무리 움직여도 초점이 맞는 사진이 촬영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앱을 켜서 반려견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기만 하면 3개의 AI가 끊임없이 강아지 모습을 추적하면서 선명한 이미지를 도출해 낸다. “사진이 앱에 입력되면 AI가 이미 확보된 기존 데이터들과 비교해 강아지의 신원을 확인해주는 원리입니다. 촬영에 AI를 도입한 회사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펫나우 앱 정식 서비스는 올해 6월경 나올 예정이다. 현재의 베타서비스로도 등록과 조회, 잃어버렸거나 길 잃은 동물의 신고가 가능하다.
○ “반려동물과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
임 대표가 마주친 또 다른 과제는 펫나우 회사와 기술력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직원이 12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두드린 게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이었다.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포스코의 벤처플랫폼 지원도 받게 됐다.

학계도 공략했다. 그 결과 펫나우의 비문 인식 관련 논문은 SCI급 해외 저널인 IEEE의 심사를 통과해 게재됐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펫나우의 다음 단계 목표는 보험사와 연계해 펫보험 상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유기동물을 없애자는 취지로 아무리 공익을 추구해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기업은 버틸 수 없다. 펫보험에 가입하거나 반려견이 진료를 받고 보험료를 청구할 때 펫나우로 신원인증을 하면 인증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펫보험 가입률이 0.3%에 불과합니다.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이 어려워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에요. 이 신원확인이 가능해지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습니다.”

#펫나우의 사명: 전 세계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앞으로의 계획:
조만간 고양이 비문 인증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경제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