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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운임 담합’ 23개 해운사 과징금 8000억→962억 ‘뚝’

입력 2022-01-18 13:35업데이트 2022-01-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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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8000억 원의 과징금을 예고했던 해운사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가 과징금 규모를 90% 줄인 900억 원으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불법 담합이라고 판단했지만, 해운업계 특수성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대폭 줄였다.

18일 공정위는 국내외 23개 선사가 한국-동남아시아 수출·수입 항로 운임을 담합한 행위로 과징금 962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 대상 선사는 국내 선사 12곳과 외국 선사 11곳이다.
● 해운업계 특수성 고려, 과징금 90% 줄어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선사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 ‘회합’을 하며 한국-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기본운임 인상,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운임 등이다.

이들 선사들은 향후 합의 내용을 선사들이 잘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2016년 7월 중립위원회라는 조직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또 중립위원회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7차례 운임 감사를 실시했고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선사들에 총 6억3000만 원의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특히 공정위는 해운법에서 보장하는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이번 담합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해운법에 규정된 정당한 공동행위를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에 공동행위 여부를 신고해야 하며 화주단체와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선사들이 해당 공동행위를 해수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선사들이 18차례 신고(운임회복)를 했고 그 신고 안에 이번에 문제가 된 120차례 운임합의 내용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18차례 운임회복 신고와 120차례 운임합의는 다른 내용이라며 선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내에 수출입을 하는 기업 24만 곳, 즉 화주 기업들이 있다. 이런 화주 기업들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 해운업계 “적법한 공동행위”
공정위는 이처럼 선사들의 운임 담합 행위를 대부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과징금 규모를 심사보고서 상에 적시된 8000억 원보다 대폭 줄인 962억 원으로 결론냈다. 공정위는 해운업 특성을 반영했고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수입 항로 운임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해운사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허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라며 “해운업 특성을 감안해 전원회의서 (과징금 규모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정위 제재 결정에 해운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가 제재한 행위는 해수부에 신고한 정당한 공동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해수부 역시 지난해 7월 ‘해운업계 특수성을 감안해 해당 공동행위 내용은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사들이 이번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도 역차별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23개 선사 중 일본 선사 NYK, K-LINE, MOL과 독일 하팍로이드, 프랑스 CMA-CGM 등 20개 선사가 제외됐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대응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무협의가 나올 때까지 해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수부와 공정위는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일정 수준 합의했다. 합의한 개정안에는 기존 법 취지를 살려 해운사의 불법적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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