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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택시 그만두고 ‘배달맨’… 플랫폼 인력 3배로 늘어

입력 2021-11-19 03:00업데이트 2021-11-1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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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2만→올해 9월 66만명
코로나이후 노동시장 재편 가속
식당-숙박업 등 인력 대거 이동

# 2018년 음식점을 시작한 강모 씨(35)는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먼저 식당 셔터를 올리는 것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가게 문을 닫은 뒤부터는 배달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는 것이 그의 출근길이다. 그는 “배달 일에 요령이 붙으면서 월수입이 300만 원에 이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 주점 사장 최모 씨(30)는 이달 심야 장사를 재개했지만 밤에 일할 직원을 구하지 못했다. 시급을 더 준대도 자정 이후 근무엔 손사래를 쳤다. 최 씨는 “가족과 지인들이 새벽 장사를 도와주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달 ‘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음식점, 노래방, 중소기업, 택시업계 등이 일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플랫폼을 이용한 배달 물류업에 몰렸던 노동자들이 근무시간이 정해진 과거 방식의 임시직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방식이 유연해진 플랫폼업계와 경직된 자영업계 사이에서 ‘인력 양극화’가 심해진 셈이다.

동아일보가 12∼18일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업계와 호텔숙박업 음식점업 건설업 택시업 등의 종사자들을 만나 인력 수급 실태를 심층 취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취재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와 폐업한 자영업자, 구직에 실패한 청년들은 ‘코로나 불황기’를 거치면서 플랫폼 기업이 만든 일자리로 대거 이동했다. 18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플랫폼 종사자 실태’ 자료에 따르면 음식 배달원처럼 플랫폼에서 직접 일감을 얻는 플랫폼 종사자는 올 9월 기준 66만 명으로 지난해 11월(22만 명)의 3배로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만에 2% 남짓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 일자리가 신규 채용 감소와 실직으로 밀려난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셈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한 플랫폼 일자리가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일감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과거의 임시직에 비해 수입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성 낮은 자영업계에서 인력 이탈이 심화하면서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가 플랫폼 일자리로 전환되는 것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임금 근로자와 플랫폼 근로자, 플랫폼 종사자 내부의 격차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할때 일하고 수입 늘어”… 식당-숙박 임시직, 플랫폼으로 대이동
인력 쏠리는 플랫폼 배달맨

16일 오전 5시 55분 서울 노원역 6번 출구 앞. 어둑한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기 용인시 쿠팡 물류센터를 오가는 통근버스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이날 버스를 탄 정모 씨(24)는 1년 가까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전용 앱을 통해 근무를 신청하면 물류센터가 인력 수급 상황에 따라 출근 여부를 확정해 준다. 출근 통보도 앱으로 하고 앱에서 발급한 바코드가 임시 사원증인 셈이다. 정 씨는 “원하는 날에만 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오늘 일하면 내일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신속한 임금지급 체계가 장점”이라고 했다.

○ 인력 빠져나가는 음식·숙박·건설업계

정 씨가 일하는 물류센터에서는 대형 통근버스 20여 대가 수도권 곳곳을 하루 3번 운행하며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전국 100여 곳에 이르는 물류센터 대다수가 이런 통근버스를 운영한다. 과거 대기업과 공기업이 통근버스를 두다가 최근 거의 중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배달이나 물류센터 일용직과 같은 플랫폼 일자리가 기존 인력은 물론이고 잠재 인력까지 빨아들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 씨(39)는 이달 초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을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열흘을 기다린 끝에 겨우 1명을 구했다. 그는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며 매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알바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구인난을 겪던 인근 숙박업소 사장 오모 씨(47)는 기존 8만 원이던 일당을 10만 원으로 올리고 나서야 알바생을 뽑을 수 있었다.

지방의 구인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 씨(52)는 코로나19 이전 200만 원이던 월급을 270만 원으로 올렸지만 아직 문의조차 없다. 그는 “월급을 더 주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말했다.

택시회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12일 서울의 한 법인택시 차고지에는 영업하지 않는 택시가 가득 주차돼 있었다. 이 회사 택시의 60%인 150여 대가 기사가 없어 운행 중단 상태였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택시 기사 3명 중 1명은 배달원이나 대리 운전기사를 한다며 떠났다”고 전했다.

건설현장 인력사무소장 김모 씨(45)는 4년간 꾸준히 일했던 20대 일용직 4명으로부터 최근 현장 일을 그만두고 배달 일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배달원을 한 뒤 수입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 디지털 플랫폼으로 인력 쏠림 현상

인력 이탈이 두드러진 분야는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자리다. 과거엔 특별한 기술이 없거나 단기 일감이 필요한 인력이 음식숙박업과 건설 일용직으로 유입됐지만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일자리로 빠져나가며 노동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소속된 전업 배달원은 지난해 말 3000여 명에서 지난달 4500여 명으로 늘었다. 불과 10개월 만에 직원 수가 50% 늘었다. 배민에 소속되지 않고 간헐적으로 일하는 배달원은 1만∼2만여 명으로 훨씬 많다. 택배와 물류 인력을 대거 채용한 쿠팡의 고용 인원(국민연금 가입자)은 지난해 말 기준 4만3171명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지금은 6만 명으로 인원이 더 늘었다. 올 6월 기준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의 고용인원은 1년 전보다 2662명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다.

○ 시간 구애 받지 않아 투잡 가능

플랫폼 일자리로 인력이 몰리는 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 투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플랫폼 근무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의 월수입이 평균 192만 원(고용노동부 조사)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 40시간 일할 때 버는 월수입(182만 원)보다 많다는 점도 이 분야에 인력이 몰리는 이유다. 진입 장벽도 낮다. 실제 음식 배달은 자전거나 도보로도 할 수 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도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서 플랫폼으로의 인력 이동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일자리가 계속 늘면서 자영업 구조조정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플랫폼을 통하면 기업들은 굳이 정규직을 뽑지 않아도 필요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며 “관련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인난을 버텨낸 자영업자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누적된 자영업자 상당수가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역대 가장 많은 426만 명에 이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폐업 자영업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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