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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중금리대출 늘리랴, 총량 지키랴… 머리 싸맨 인터넷은행들

입력 2021-11-09 03:00업데이트 2021-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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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영업으로 순익 급증했지만, 대출목표 충족한 곳 아직 없어
중금리대출 늘리면 건전성 걱정
총량 규제 탓 영업 전면 중단도… 고신용자 대출 조여 여력 마련
비대면 금융 확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로 대출 영업이 막힌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에 주어진 지침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대출은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9월 1679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859억 원)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규모다. 케이뱅크도 1∼9월 84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누적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인터넷은행들이 내놓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고객이 몰리면서 여·수신이 모두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정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인터넷은행으로 비대면 대출 수요가 대거 유입됐다. 9월 말 현재 카카오뱅크 대출 잔액은 25조385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3.3% 늘었다. 케이뱅크 대출(6조1800억 원)도 9개월 만에 2배로 급증했다. 지난달 출범한 토스뱅크는 일주일 만에 5000억 원의 대출을 내줬다.

하지만 비대면 대출 수요가 폭증하자 인터넷은행도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당국의 압박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의 신규 대출을 일제히 중단했다. 토스뱅크도 올해 대출 총량(5000억 원)을 모두 소진해 지난달 중순부터 대출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전체 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8%로,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21.5%, 34.9%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연말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5.5%(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는 13.4%(9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5월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은 일부 예외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관리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같이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은 고신용자 대상의 대출을 막는 대신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중·저신용자에겐 이자 지원 등의 혜택도 준다.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4∼6등급(옛 신용등급 기준) 중·저신용자에게 연 10% 안팎의 금리로 빌려주는 중금리 대출은 부실 위험도 큰 편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각각 0.21%, 0.37%로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약 0.20%)과 비슷하지만 무리하게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당국의 지침대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높이면 인터넷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올해 말 1.3%, 2022∼2023년엔 1.7∼2.2%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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