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구급차 멈춰…요소수 품귀에 쓰레기 수거차-레미콘도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8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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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1.11.7/뉴스1 © News1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1.11.7/뉴스1 © News1
“어제 결국 구급차량 한 대를 멈춰 세웠습니다. 요소수를 구하기도 어렵고, 한 통에 8000원 하던 요소수가 10만 원으로 너무 비싸져서 어쩔 수가 없네요.”

경기 남부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56)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급차 8대 중 1대를 7일부터 운영 중단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씨는 “한 대당 4명 씩 투입되는 의료진 인건비에 크게 오른 요소수 가격까지 더하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요소수 공급이 언제 원활해질지 몰라 운행 재개 시점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인해 각종 경유 차량의 운행이 어려워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급차나 레미콘 등 시민 건강이나 산업 현장에 필수적인 차량의 운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설 구급차 운영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치료센터 이송 등 업무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요소수 부족 사태가 터졌다며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A 업체 대표 이모 씨(34)는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할 때는 지방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어 요소수가 많이 필요하다. 요즘엔 확진자도 예전보다 늘어나 하루에 한 대당 6, 7명의 환자를 이송하는데 멈춰서는 구급차가 늘어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급차 업체 직원 B 씨는 “빠르면 15일 안에 운행 중인 차량 10대가 모두 멈춰 설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에 등록된 사설 구급차 3800대 중 60% 정도인 약 2600대에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 부처와 공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유 차량 비율이 높아 요소수에 필수적인 레미콘 업계에서는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당장 이달 말이면 공장 운영이 중단될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업체의 경우 계열사의 주유소 등을 통해 요소수를 납품 받지만 중소 업체들은 요소수를 공급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중소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가 운영하는 레미콘 차량은 대부분 지입차량이어서 기사 개인의 요소수 확보 여부에 공장 운영이 달려있다”며 “잘못하면 한 달도 못 가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없이는 운행이 어려운 전세버스 업계 종사자들은 1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할 예정이다. 허이재 전세버스노조 위원장은 “일반 수출입 업자들도 요소수를 들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지연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예견된 대란을 방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 쓰레기 수거 차량 운행에도 조만간 차질이 우려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쓰레기 수집 및 운반 차량 2286대 중 51.2%인 1171대가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이다. 시가 확보한 요소수로는 3주까지만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9051대 중 15.2%인 1380대에도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서에는 “소방차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는 시민들의 익명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7일 오후 1시 40분에는 서울 광진소방서 소속 중곡119안전센터 앞에 한 시민이 50L 분량의 요소수 5박스를 가져다 놓았다. 박스에는 ‘소방서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각 센터 구급차량과 펌프차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채연기자 ycy@donga.com
권기범기자 kaki@donga.com
신호영 인턴기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예정
최호진 인턴기자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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