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시련’ 딛고… 한미약품, 5000억 기술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加제약사와 백혈병약 수출 계약
“상용화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
잇단 수출 무산 악몽 털어내

한미약품이 총 500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조 단위의 ‘블록버스터급 계약’은 아니지만,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해 신약의 상용화를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캐나다 제약사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와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계약금으로 1250만 달러(약 148억 원)를 받고 단계별 임상 개발 및 허가 단계에 따른 상업화 기술료(마일스톤) 등으로 총 4억2000만 달러(약 4961억 원)를 받는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앱토즈는 혈액 질환을 전문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재발,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고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MDS) 등 혈액종양의 치료 신약 후보물질 4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크게 대사성 질환,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번에 한미약품이 앱토즈에 넘긴 신약(HM43239)은 항암제의 일종으로 골수성 악성 종양의 증식, 분화, 내성 등의 치료 과정에 관여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다. 현재 미국에서 재발·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상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에서 항종양 활성화 효과를 입증했다.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병이 재발하거나 기존 약에 반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데이터들이 확보돼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며 “앱토즈는 혈액암 분야만 파는 독창적인 회사로 신약 개발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출은 한미약품이 1년 3개월 만에 거둔 수출 성과다. 한미약품은 2019년 7월 얀센에 수출했다가 특허 계약 취소로 기술 반환된 물질을 지난해 8월 미국 MSD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재수출(1조 원대 규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여러 수출이 무산되는 혹독한 시련도 겪었다. 지난해 사노피는 “내부 방침 변화”를 이유로 2015년 맺었던 계약을 취소하는 기술 해지를 통보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던 연구개발 비용도 한미약품이 지불하면서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영업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라이릴리,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했던 5개 물질의 기술이 반환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7∼9월) 매출 3031억 원, 영업이익 369억 원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수출시련#한미약품#신약기술 수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