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창업보다 중요한 ‘엑시트’… “사업 가장 잘될 때 시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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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타트업 26%만 엑시트 성공
나머지는 파산-좀비기업 전락
엑시트 기업 97%는 M&A 선택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로 대표되는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퍼즐이다. 엑시트가 활발해져야 ‘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로 대표되는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퍼즐이다. 엑시트가 활발해져야 ‘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2010년대 모바일 혁명 이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배달의민족, 무신사, 야놀자, 토스 등 전 국민적 인지도를 갖춘 플랫폼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 10여 개가 생겨났고 한국 스타트업을 향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도 전례 없이 높아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5조 원 가까운 금액으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우아한형제들, 2조 원에 미국 데이팅 앱 ‘틴더’ 운영사인 매치그룹에 인수된 하이퍼커넥트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그러나 막상 스타트업의 결승선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개념인 엑시트(Exit·투자 후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하며 무분별한 비판이 난립한다. 출발선을 이미 떠난 스타트업 창업자들조차 어디까지 뛰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달리기만 하는 실정이다.

○ ‘생태계 선순환’ 위한 엑시트
고위험, 고성장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며, 이 투자는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통한 재무적 이익 실현을 기대하면서 이뤄진다. 엑시트가 담보돼야 투자자가 참여하는 게임인 셈이다. 따라서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로 대표되는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퍼즐이다. 또한 엑시트가 활발해져야 ‘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재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약 26%만이 엑시트에 성공하며 이 중 97%가 M&A를 택한다. 나머지 기업들은 파산을 하거나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투자자나 창업자 자신을 위해 엑시트를 시도한다. 그리고 스타트업 초기에 300만 달러 정도 기업 가치로 M&A를 성사시키는 것을 ‘가장 보편적이고 교과서적인 모델’로 상정한다. 한국에서는 M&A라고 하면 몇천억 원, 몇조 원 단위로 생각하지만 미국 스타트업 M&A는 10억 원 이내 수준에서도 흔하게 이뤄진다.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 좋지만 99% 이상은 적은 금액이라도 엑시트에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같은 조기 엑시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최종 게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엑시트 전략을 일찍 세울수록 회사에 대한 비전이 더 명확해지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업자는 엑시트를 뒤로 미룬다. 마케팅, 인사, 재고, 현금 흐름 등 현재의 의사결정이 우선순위에 놓이다 보니 당장 급하지 않은 엑시트 전략을 만들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타이밍이 중요

하지만 M&A를 하기 좋은 시점은 사업이 가장 잘될 때다. 그래야 원하는 매각 금액을 받을 가능성도 높고, 타 회사에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회사 가치를 올릴 수도 있다. 또한 투자를 여러 번 받게 되면 지분이 많이 희석돼 설령 회사를 높은 가격에 매각하더라도 실제 창업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많지 않을 수 있다. 차라리 엑시트 금액이 적더라도 지분이 더 높을 때 매각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스타트업에 있어 IPO를 통한 엑시트는 극히 일부 기업만 성공하는 ‘마라톤 경기’와 같다. 그러나 모든 스타트업이 42.195km를 완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 창업자의 역량, 시장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각각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완주해서 IPO에 도달하는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각각 100m, 200m, 500m 단거리 선수도 있고 중거리 선수도 있는 법이다. 절대다수의 스타트업은 IPO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M&A를 어렵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 곳곳에 많다. 시장에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부족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을 인수할 만큼 자원과 역량이 풍부한 중견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여러 가지 규제와 기술 및 인력을 탈취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이런 방해 요소를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한다.

가령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스타트업 지분을 일정 규모 인수할 경우 계열사에 대한 각종 의무를 진다. 이런 제도가 CVC(기업주도벤처캐피털) 같은 전략적 투자자로 하여금 스타트업 지분 인수에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스타트업 인수를 검토할 때 지분 취득에 따른 각종 의무를 일정하게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소프트 랜딩’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자금력을 가진 전통 기업들이 혁신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장을 대폭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굴뚝산업의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을 활용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유니콘 헤지(unicorn hedge)’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hsryou600@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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