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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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보따리상 공급기지 전락’ 평가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인 프랑스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시내면세점이 다이궁(代工)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의 ‘공급기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공항 면세점 판매에 집중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3일 영국 면세업계 전문지 ‘무디 대빗 리포트’는 루이비통이 새로운 매장 운영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 홍콩에 있는 시내면세점 매장 대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 시내면세점의 루이비통 매장은 서울 4곳, 부산 1곳, 제주 2곳 등 총 7곳이다. 국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시내면세점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지만 아직 세부 일정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이비통, 공항-개별 여행객에 판매 집중할 듯
올초부터 ‘다회 발송’ 일시적 허용… 中 보따리상 매출이 90% 이상
‘고급 브랜드 이미지 안맞다’ 판단… 업계 “구체적 협의 단계 아니다”

루이비통의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방침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이궁에게 점령당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 시내면세점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디 대빗 리포트는 “루이비통의 이 같은 계획은 개별 자유여행객(FIT)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며 “사드 논란 이후 한국 시내면세점은 다이궁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루이비통은 이에 대해 FIT 위주의 면세 판매 전략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55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9867억 원 대비 57.8% 증가했다. 이는 중국 다이궁들의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초부터 외국인 구매자들이 출국하기 전까지 여러 번에 걸쳐 구매 면세품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다회 발송’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다이궁들 사이에선 “한국 시내면세점이 더 매력적인 구매처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상 면세 한도를 상향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다이궁은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이 매출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다이궁이 해외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워온 셈”이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 입장에선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다이궁을 상대로 판매하는 것보다는 중국 현지 매장을 더 늘리는 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되고 있다. 중국 명품 시장이 세계 1위 규모로 올라선 만큼 현지 공략이 중요해졌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내년까지 5, 6개의 중국 공항 면세점에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루이비통 철수가 가시화되면 국내 면세점들은 매출뿐 아니라 경쟁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에르메스, 샤넬 등 다른 주요 명품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만 보고 우후죽순 들어선 시내면세점이 한계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사지원·이지윤 기자
#루이비통#시내면세점#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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