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전엔 김상조 사의 반려했던 文, 전세금 논란 다음날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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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에 놀란 당정청]선거앞 바짝 엎드린 당정청
文, 반부패協서 “지위고하 막론하고, 정치 유불리 따지지말고 파헤쳐라”
與지도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선까지 ‘부동산 늪’ 이어질까 위기감… LTV-DTI 등 대출규제 완화도 시사

교체되는 靑정책실장 지난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금을 14.1% 올려 논란이 된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왼쪽)과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가운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인사를 마친 뒤 청와대 춘추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교체되는 靑정책실장 지난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금을 14.1% 올려 논란이 된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왼쪽)과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가운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인사를 마친 뒤 청와대 춘추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전세금 인상’ 논란에 휩싸인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하루도 안 돼 부랴부랴 경질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김 전 실장의 교체 시기를 놓치면서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김 전 실장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종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현안이 많다”는 이유로 김 전 실장의 사의를 반려했다. 그러다가 결국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린 사실이 드러나 이날 전격 교체됐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 3법’을 피하려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폭발하고 있는 민심을 건드리자 청와대가 뒤늦게 교체한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이날 각종 부동산 투기 방지책을 쏟아내며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김 전 실장의 교체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등으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각하자 여론 무마용으로 김 전 실장을 경질한 것 아니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 ‘내로남불’ 비판에 부랴부랴 경질

김 전 실장은 논란이 된 전세금 인상에 대해 “거주 중인 서울 성동구 아파트 전세금 상승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 내부 여론도 돌아섰다. 청와대 내에서는 “정책을 입안하는 청와대 경제사령탑이 5% 전·월세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문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놓는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예정돼 있던 상황. 김 전 실장이 협의회에 참석하면 부동산 부패 청산 정책의 영(令)이 서지 않을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 분노’를 세 차례나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번 (LH) 사건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한편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 달라”고 했다.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도 평가를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달라”고도 했다.

○ “LTV·DTI 완화”까지 꺼낸 與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우대 혜택을 현재보다 높이고 소득 기준이나 주택 실거래가 기준 등도 현실화할 것”이라고 했다. 연일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을 쏟아낸 데에 더해 실수요자 대상임을 내세워 그동안 민주당에서 금기시되던 대출 규제 완화까지 꺼내 들끓는 민심을 어떻게든 달래보겠다는 의도다.

홍 의장은 “대출규제 조치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꺾고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형성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듣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시인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정을 예고한 모양새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LTV, DTI 완화 문제를 제가 건의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친문(친문재인) 진영 핵심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랐다가 손해 봤다고 느끼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더 심각한 것은 정부·여당의 잘못된 자세, 태도였다. 오만과 무감각이 국민들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이러다가 임기 말까지 ‘부동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여당 의원은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이 무주택자, 1주택자까지 힘들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까지 부동산 이슈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형준 기자
#김상조#사의#문재인#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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