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카드’ 3기 신도시, 서울 진입로 체증 ‘끔찍 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일 1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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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내려다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의 개발제한구역 내 비닐하우스촌. 사진 제공 고양시
헬기에서 내려다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의 개발제한구역 내 비닐하우스촌. 사진 제공 고양시
정부가 경기 고양 창릉과 인천 계양 등에 짓기로 한 3기 수도권 신도시가 들어서면 서울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 대부분이 용량을 넘어선 교통량으로 실질적으로 운영이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정부가 2·4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광명·시흥 등 추가로 조성할 수도권 신도시의 교통 수요는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다.

정부는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기존 3기 신도시와 비슷한 규모로 신도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교통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단의 교통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도권 일대의 주요 간선도로들이 극심한 교통체증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3기 신도시로 서울 진입 주요 도로 대부분 기능 상실 우려
2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개선요소 진단:광역버스 운영 중심으로’에 따르면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도시별 계획인구의 2,3배 정도의 추가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28~31%는 신도시 외부로 나가는 교통 수요이고, 외부 교통 수요의 24~38%는 서울로 진출하는 수요로 분석됐다. 신도시별로 계획인구의 30%정도가 매일 서울로 오가면서 교통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신도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주요 도로 대부분이 도로 용량 대비 교통량을 보여주는 ‘V/C 비율’이 1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 용량을 넘어선 교통량 발생으로 도로의 실질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의미이다.

고양 창릉(계획인구·9만1200명)의 경우 서울로 진입하는 주요도로인 강변북로, 수색로, 통일로의 V/C 비율이 현재도 0.8~1.2 상태인데, 신도시 조성 이후 모두 1.0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인천 계양(3만8618명)과 부천 대장(4만7000명)이 서울 진입로로 이용하게 될 △화곡로(현재·1.1→신도시 준공 후·1.62) △국회대로(1.06→1.57) △신정로(0.78→1.23) △경인로(1.01→1.56) △공항로(0.64→0.98) 등도 대부분 V/C 비율이 1을 넘어서거나 근접하게 된다.

물량이 가장 많은 남양주 왕숙1·2(17만1600명)에서 서울로 오갈 때 사용하는 북부간선로(0.96→1.32)와 강변북로(0.96→1.32)도 1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망우로(0.62→0.87)와 올림픽대로(0.57→0.88)는 여유가 다소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남 교산지구(8만 명)의 서울 진입도로인 천호대로(0.87→1.12) 강동대로(0.85→1.09) 올림픽대로(0.57→0.88) 등도 현재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신도시 조성 이후 혼잡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과천 과천(1만7367명)은 계획인구가 많지 않지만 서울로 올 때 이용하는 과천대로(1.18→1.51)와 양재대로(1.06→1.35)의 혼잡이 이미 심각한 상황인데, 신도시가 들어서면 혼잡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 광명·시흥 등 신도시 추가되면 ‘교통지옥’ 불가피
문제는 이런 분석 결과가 정부의 ‘2·4 대책’으로 추가될 수도권 신도시들의 교통 수요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공개한 ‘2·4 대책’에서 전국에 83만 6000채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만 신도시 등 신규택지를 통해 18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 전체 공급물량(17만 8000채·대규모 택지인 과천 과천과 안산 장상 제외)과 비슷한 규모다.

교통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교통 체증이 심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4일 ‘2·4 대책’의 후속조치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는 이런 우려를 키운다. 광명·시흥 신도시는 광명시 광명동과 옥길동, 노은사동, 가학동,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금이동 일대에 1271만㎡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주택 7만 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3기 신도시에 들어설 주택 1채 당 계획인구는 2.3명이다. 따라서 광명·시흥에도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된다면 16만1000명이 입주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계획인구의 30%인 4만 8000명가량이 매일 출퇴근 등을 이유로 서울로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광명 등에선 뉴타운 개발 등이 한창이다. 인구 밀집에 따른 교통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광명시에서 20년 째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56·자영업)는 “이미 광명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도로는 포화상태인데다 도로를 추가할 만한 공간이 별로 없다”며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서면 일대가 교통지옥으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광명·시흥 신도시는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해 서울 도심까지 20분대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하철 1·2·7호선과 현재 건설·계획 중인 신안산선과 GTX-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는 제2경인선 등을 조기화하고, 이들 노선을 신도시 전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경전철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 버스전용차로 진출입부에 교통시설 확충하는 등 대책 필요
이번 연구를 주도한 홍상연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정부의 기존 3기 신도시 교통대책에 대해서 “추가 통행수요가 서울시 내부 교통여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교통 대책의 수립 범위가 개별 신도시에서 유출되는 단계까지만 고려할 뿐 서울시로 진입한 이후 간선도로나 진입가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어 “매일 출퇴근시간대에 14만 대의 차량이 서울시로 진입하면서 광역도로의 V/C 비율은 대부분이 1.0을 넘어 만성적인 혼잡이 발생하고 있고, 대중교통 통행시간이 승용차보다 최대 30%까지 높게 나타나는 지역도 있다”며 “이는 대중교통 중심의 광역교통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광역버스는 서울 도심부 교통 혼잡뿐만 아니라 광역 통행자의 통행시간 증가, 정시성 저하에 따른 대기시간 증가 및 버스 운영자의 운영비용 부담 등 다양한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들를 해결하기 위해선 “버스전용차로 진출입부에 적절한 시설 보완이 시급하고, 서울 외곽에서 도심부 환승거점으로 직결되는 서울시 내부의 급행버스를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일부 구간 상황에 따라 경전철이나 트램 등을 도입하고, 버스 전용차로구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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