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장사되는 휴일 문 닫으라니…” 복합몰 규제에 상인들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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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月2회 의무휴무 법안 추진
쇼핑몰 입점업체 70%가 소상공인… 업주-직원들 생계 타격 위기
전통시장 살리는 효과 거의 없어… 전문가 “주변 상권마저 위태해져”

평일엔 썰렁, 주말엔 비교적 나아보이는데… 복합쇼핑몰이 매달 2번 공휴일에 쉬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되자 입점 
상인들은 “주말에 쉬면 큰 타격을 입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점은 금요일인 22일 오후 2시경 한산한 
모습이었지만(왼쪽 사진) 토요일인 23일 오후 4시에는 고객들이 비교적 많이 몰렸다. 고양=안철민 
acm08@donga.com·양회성 기자
평일엔 썰렁, 주말엔 비교적 나아보이는데… 복합쇼핑몰이 매달 2번 공휴일에 쉬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되자 입점 상인들은 “주말에 쉬면 큰 타격을 입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점은 금요일인 22일 오후 2시경 한산한 모습이었지만(왼쪽 사진) 토요일인 23일 오후 4시에는 고객들이 비교적 많이 몰렸다. 고양=안철민 acm08@donga.com·양회성 기자
22일 오후 6시 서울 은평구 진관동 롯데몰 안의 한 철판요리 식당. 기자가 머문 20분 동안 전체 15개의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A 사장은 “거리 두기 1단계 때만 해도 하루 100만 원 정도 매출이 나왔는데 지금은 매출이 그때의 절반도 안 된다”며 “직원을 6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휴일 장사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주말에 쉬면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복합쇼핑몰에 대해 월 2회 공휴일 휴업을 의무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쇼핑몰 입점 상인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5일과 22일 수도권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만난 상인들은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다른 소상공인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소비자는 “효과가 의문시되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 “정치인들 여기서 일해 봐야”…‘탁상 입법’ 비판

“정치하는 사람들, 여기 와서 일해 봐야 해. 휴일에 가족 손님들 대상으로 겨우 장사하는 데 그걸 왜 막아?” 15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점에서 만난 아동의류매장 점주는 “평일에는 워낙 손님이 없어 놀다시피 하고 ‘빨간 날’ 겨우 매출을 메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가게는 평일 하루 매출이 20만∼30만 원인데 주말에는 그 10배인 200만∼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다른 옷가게 주인은 “여기도 다 소상공인이고 평일 알바비도 안 나와서 점주들이 혼자 일한다”며 “2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실제 복합쇼핑몰 운영사들에 따르면 대기업 쇼핑몰에 입주한 가게의 70%가량은 소상공인이다. 신세계스타필드 7곳, 롯데몰 6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소상공인 업체는 2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쇼핑몰 입점업체의 점주와 동업자, 직원 등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평구 롯데몰의 한 가구업체 사장은 “주말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성복 매장 사장은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장사하다 보니 밥 먹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밥숟가락 놓고 뛰어내려 온다”고 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의 상당수는 본사와 계약을 맺고 전체 매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수수료 점주’다. 점주의 수입이 매출과 직결돼 있다. 한 휴대전화 액세서리 매장 주인은 “영업일 하루가 아쉬운 판에 휴일에 의무휴업하면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 입점 업체 직원들 “나부터 잘릴까 걱정”

의무휴업에 반대하는 건 점주뿐만이 아니다. 건강제품 판매점 직원은 “월 1회라도 휴일이 생기면 ‘워라밸’ 차원에서 좋긴 할 것”이라면서도 “주말은 안 된다. 나 같은 직원부터 잘릴 것”이라고 걱정스러워했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가 날지도 미지수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점주는 “소비자들이 여기 닫는다고 전통시장으로 안 간다”며 “전통시장에는 대체할 만한 브랜드가 없어서 고스란히 백화점, 온라인쇼핑몰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공휴일에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생필품 등을 사러 전통시장에 간다는 답변은 8.3%에 불과했다. 오히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방문할 때 주변 상가도 동시에 방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단순한 쇼핑시설을 넘어 문화시설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을 찾은 소비자들은 여당의 복합쇼핑몰 규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아지와 쇼핑 중이던 20대 여성은 “복합몰과 전통시장은 용도가 다른데 몰이 쉰다고 해서 시장으로 사람들이 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30대 남성은 “법 개정을 강행하면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2월 내 처리키로 하고 법률안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7일 법안 소위를 열고 유통법 심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지원 4g1@donga.com·황태호·김지현 기자
#복합몰#규제#의무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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