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잡아라”… 공룡 IT와 완성차 ‘합종연횡’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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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 양산차 직접 생산대신 기존 메이커와 협업해 효율성 높여
中 바이두-지리차 합작사 설립… ‘단순 OEM 생산업체 급증’ 전망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쥘까.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발 빠르게 합종연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전기차 개발 협업에 나서는 등 기존 선두주자들은 이미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자동차-IT 융합에서 시기를 놓쳐 뒤처졌다가는 기존 시장 수성은커녕 생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자동차연구원 둥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대형 IT 기업들은 이미 자동차와 융합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차를 만드는 것부터 각자 장점을 결합한 합작사 설립까지 다양한 형태로 협업에 나섰다.

일본 소니는 1년 전 이맘때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서 공개한 전기차 ‘비전S’ 시험 주행을 진행 중이다. 비전S가 판매를 위한 차는 아니다. 소니도 “프로토타입(개발용 시제품)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는 가볍게 보지 않는다. 소니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차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전S에는 주변을 360도로 감지할 수 있도록 센서 40개가 장착됐다. 이를 활용한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차에서는 음악·동영상,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소니의 강점인 이미지센서, 영상·음향(AV) 기술력을 자동차에 접목하는 시도다.

중국 IT 기업 바이두는 스웨덴 볼보 모기업인 중국 지리차와 손을 잡았다. 소니처럼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다만 방법은 ‘합작사 설립’으로 다르다.

두 회사가 올 초 세운 합작사 ‘바이두차’는 바이두가 소프트웨어(SW)를, 지리차가 차량 생산을 맡는다. 알리바바와 상하이차도 지난해 합작사를 설립해 올해 말 첫 전기차를 출시한다.

IT 기업이 양산차를 직접 생산·판매하지 않고 기존 자동차 메이커와 협업을 모색하는 건 테슬라 경험이 바탕이 됐다.

2003년 설립한 테슬라는 전기차 개발과 생산, 판매를 모두 직접 꾸리면서 2019년까지 8조 원 상당의 누적 적자에 시달리다 2년 전 첫 흑자를 냈다. 구글 산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는 2009년부터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못 내놓고 있다. 풍부한 주행 데이터를 얻는 데 웨이모 혼자서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독자적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모색해 온 애플이 자동차 업계에 손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IT-자동차 연합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여러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소프트웨어에 강한 IT 기업과 생산에 강한 자동차 기업의 주도권 확보 쟁탈전이다.

IT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안드로이드), 애플(iOS)이 생태계를 일군 것처럼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자신들이 생산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한다. 반면 자동차 기업은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등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는 물론 전기차 생산물량을 더 확보하는 기회로도 보고 있다.

현대차도 이 고민이 크다. 자체적으로 엔비디아 등과 협업해 차량에서 IT 역량을 강화 중인 가운데, 애플의 제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자동차 생산업체가 대거 나타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서로 다른 산업이 자동차를 매개로 뭉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수합병(M&A) 등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와 산업계가 융합 흐름에 맞춘 정책적 지원, 정보 획득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미래 모빌리티#자동차#it#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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