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절반이 규제 사정권에…아산-양산은 벌써 ‘풍선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0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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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뿐만 아니라 급등이 예상되는 지역까지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대거 지정하면서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규제지역 인근 비(非)규제지역에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

이번 추가 지정으로 투기과열지구는 전국 49곳, 조정대상지역은 111곳으로 늘었다. 전국 시군구 226곳의 절반이 규제 사정권에 든 셈이다. 비규제지역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지역은 충남 아산시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와 서북구가 새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영향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에 따르면 20일 기준 아산시 배방읍과 탕정면이 각각 실시간 인기 지역 8, 10위를 기록했다. 아산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요진와이시티’는 실시간 인기 아파트 4위에 올랐다. 이 단지는 이달 16일 전용면적 84㎡가 역대 가장 비싼 5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천안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직후 호가는 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천안 규제지역 지정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달 초부터 발빠른 외지인들이 대거 매물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미 이달 들어 매물 감소가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 탕정면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2일 238건에서 한 달 뒤인 20일 기준 116건으로 줄었다. 같은기간 아산시 배방읍 매물도 959건에서 682건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부산 서구, 영도구 등 9개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관심이 쏠리는 경남 양산에서도 매물 감소 현상이 감지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풍선효과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정부는 집값 상승 원인을 여전히 투기 심리 때문이라고만 보고 있는데, 충분한 공급 없이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지역 지정과 풍선효과 반복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 실수요자다. 규제지역에 사는 실수요자는 집값은 올랐는데 대출액은 줄면서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비 규제지역의 실수요자들은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자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한도를 올려주는 등 규제지역에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규제지역만 추가 지정한다면 옆 동네로 집값 상승세만 퍼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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