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반값 ‘로또분양’ 열풍… 청약통장 가입자수 2700만명 넘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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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집값 급등하자 신규분양 몰려
가입자 55%가 1순위 자격 갖춰

결혼 후 4년간 서울에서 전셋집을 살던 A 씨(33)는 며칠 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이달 10일 로또 당첨을 바라는 심정으로 신청한 서울 송파구 ‘위례포레샤인’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당첨자로 선정되면서다. 이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270 대 1로 올해 수도권 공공분양 중 최고였다. 10년간 전매가 제한되지만 3.3m²당 분양가는 2000만 원 수준으로 인근 시세(약 4200만 원)의 절반도 안 된다.

시세보다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분양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가 27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영향이 크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710만2693명으로 집계됐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가입자를 모두 합친 수치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2500만 명을 넘긴 건 지난해 7월이었다. 올해 4월 2600만9813명을 기록하며 2600만 명을 돌파했다. 100만 명이 추가로 가입하는 데 9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져 7개월 만에 100만 명이 늘었다.

가입자의 절반 이상(55.2%)이 1순위 자격을 갖춘 상태였다.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분양하는 국민주택의 경우 가입 2년 경과, 24회 이상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민영주택 1순위는 가입 2년이 지났으면서 지역별 납입금액을 넘기면 된다.

청약통장 신규 가입이 계속 늘어나는 건 기존 집값이 워낙 올라 매수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11월까지 1년 넘게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는 올해 4, 5월을 제외하면 매월 올랐다.

반면 분양가는 기본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통제하는 데다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가 올해 8월 민간택지로 확대되면서 분양가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 이에 따라 시세의 반값도 안 되는 ‘로또 청약’ 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인천 계양지구를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청약통장 가입자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남다른 청약 인기는 청약 경쟁률만 봐도 알 수 있다. 특별한 자격 제한이 없어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의 올해 평균 경쟁률은 44 대 1로 지난해 평균(21.6 대 1)의 2배 수준이다. 중소형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전용면적 85m² 초과 중대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마저 서울에선 200 대 1에 육박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내 집을 가장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는 분양 시장의 인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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