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갭투자…초조한 실수요만 ‘상투’ 잡을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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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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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부동산에 매매와 전,월세 상담문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News1
서울의 한 부동산에 매매와 전,월세 상담문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News1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전세난으로 초조해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고점 매수는 지속하고 있어 집값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갭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용산구로 전체 67건의 아파트 거래 중 5건(7.4%)을 기록했다. 이어 성동구가 전체 82건 중 4건이 갭투자로 4.8%를 차지했고, 광진구가 42건 중 2건(4.7%)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 동대문구(4.3%), 양천구(3.1%), 강남구(2.2%) 등이다.

정부가 갭투자를 제한한 6·17, 7·10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요 지역 갭투자 비중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일제히 낮아졌다.

용산구의 경우 6월 갭투자 비중은 전체 거래의 18%에 달했으나, 7월 11%로 감소한 뒤 10월 5%, 11월 7%로 내려앉았다. 성동구도 6월 갭투자 비중이 19%였는데 7월 13%로 줄어든 뒤 10월 5%, 11월 4%로 감소했다. 다른 지역들도 6월부터 갭투자 비중이 급격히 줄면서 지난달 모두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정부는 6·17대책을 통해 전세대출로 집을 사는 것을 제한하고, 재건축 등의 실거주 의무를 강화했다. 이어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늘리면서 갭투자는 감소하는 분위기다. 그 영향으로 고공 행진하던 집값도 8월 말부터 보합으로 내려앉아 약 2개월간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임대차보호법(7월31일)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화하자 참다못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수전환에 나서면서, 실수요 매수 비중이 커졌고 11월 초부터 잠잠하던 집값도 다시 상승 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5주 연속 오르며, 2~3개월 만에 보증금이 수억원 오른 단지가 속출하자 불안감이 커진 무주택자들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게 됐고, 매물 부족으로 우위에 선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올리면서 신고가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다.

KB 부동산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100.4를 기록해 3개월 만에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집을 살 사람이 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서 집계가 마무리된 10월 아파트 거래량은 4372건으로, 9월(3768건)보다 16%(604건) 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집계 중반을 넘긴 11월 거래량은 12월9일 기준 3675건으로 10월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변하면서 집값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9% 올라, 2주 연속 상승 폭을 확대했다. 매수전환이 가능한 도봉·강북·구로 등 중저가 아파트 지역이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0.21% 올라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주택시장이 각종 규제에 묶여 있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고점에 사서 상투 잡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등 집값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당장에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비싼 값에도 집을 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난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무주택자들의 고점 매수 움직임이 불가피하게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부담감이 커지면서 일부 임차수요는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원활한 전·월세 물량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재의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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