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 엑시트 막으면 앞으로 누가 스타트업 하려 하겠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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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정위 배민-DH 결합심사 관련 입장 발표
"스타트업 종착지는 엑시트…글로벌 투자시장서 韓 고립·고사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려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자 한국 스타트업계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고립되고 창업 생태계는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스타트업단체인 코라이스타트업포럼은 18일 ‘공정위 배민-DH 결합심사 관련 입장’ 자료를 통해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공정위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공정위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최근 DH의 배민 인수 신청에 대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승인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배민 측에 전달했다. 국내 1·2위 배달앱인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사실상 독점 사업자가 된다는 취지에서 요기요 매각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DH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면 공정위는 내달 9일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계가 우려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 단체에는 마켓컬리, 비바리퍼블리카 등 15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스타트업포럼은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합종연횡 국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은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승인한 사례를 들었다. 스타트업포럼은 “이미 지난 2009년 공정위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오픈마켓 시장은 역동성이 강하며, 경쟁 제한의 폐해가 미치는 범위가 국지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면서 “실제 지난 10년의 오픈마켓 시장 상황은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픈마켓 시장에 적용된 기업결합 승인 판단의 근거는 배민-DH 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11년 전과 비교해 관련 시장의 역동성이 훨씬 커진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판단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스타트업계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길을 막으면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계가 고립, 생태계 자체가 고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포럼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엑시트이며,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배민과 DH의 기업결합 심사가 1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추가하는 부정적인 신호가 전달됐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VC가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경우 중 인수합병(M&A)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엑시트의 97%가 M&A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길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중소형 투자에 집중되는 경향이 보였고, 글로벌 벤처·스타트업이 엑시트할 수 있는 M&A와 IPO 시장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스타트업포럼은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DH와의 전략적 M&A을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도모했다”며 “한국의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 규모의 M&A를 통한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인 사안이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이다. 유니콘 육성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엑시트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스타트업계는 공정위의 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트업포럼은 “공정위는 법인의 전면 매각이라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산업계와 사전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문제도 있다”며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기업이 국내 혁신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고,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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