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융합한 미래산업, 한국서 만들어질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인터뷰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사에서 만난 박종복 행장은 빅테크 기업은 기존 은행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양측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사에서 만난 박종복 행장은 빅테크 기업은 기존 은행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양측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국에서 날아온 그룹 회장에게 ‘판교를 꼭 보고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며 한국 정보기술(IT)의 가능성을 확인한 회장은 1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9월 방한한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로 이끌었다. 자가 격리 기간을 포함해 한 달간 한국에 머문 윈터스 회장은 카카오뱅크, 토스, 페이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핀테크(금융기술) 회사들을 방문하고 협업을 타진했다.

윈터스 회장은 방한 중 SC제일은행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1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사에서 만난 박 행장은 “한국 IT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윈터스 회장에게 ‘미래 금융산업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제발 판교만 보고 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 “그룹 미래 사업모델 한국 기반으로 시도”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41년째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박종복 행장은 2015년 1월 은행장에 올랐다. 2021년 1월 재임 임기 종료를 앞두고 3번째 연임을 조기에 확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일찍 마무리하고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본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박 행장의 3연임이 확정된 직후인 9월 윈터스 회장이 서울을 찾았다. SC제일은행의 영업이익이 그룹 전체의 약 6%에 불과한데도 그룹 회장이 한 달간 한국에 머문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행장은 “윈터스 회장은 금융과 IT 융합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고 한다. SC그룹의 미래 사업모델을 한국을 기반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의 조언대로 윈터스 회장은 방한 기간 판교에서 가장 많은 일정을 할애했다.

박 행장은 빅테크 기업 중에서 기존 금융시장의 판을 흔드는 ‘금융 괴물’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이 기업금융(CIB)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비교 우위를 점하겠지만, 소매금융 부문에선 빅테크에 시장을 크게 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행장은 “빅테크가 가진 플랫폼은 현재 소매금융 영역에서 은행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 없이는 은행의 미래도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코로나 대출 지원, 단계적으로 옥석 가려야”

박 행장은 최근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했다. 사모펀드 사태는 저금리 기조에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비예금상품 시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발생한 일이며 이번 일로 은행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면 한국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SC제일은행은 선제적 위기관리로 사모펀드 사태를 피해갔다. 박 행장은 “은행의 과도한 위축은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대출의 2차 만기 연장과 관련해선 ‘옥석을 가려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연장이 종료되는 내년 3월부터 원금과 이자 등 일정 부분을 상환하도록 해야 은행 등 금융시스템에 미칠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행장은 “은행의 코로나19 지원은 일시적으로 유효한 조치였다”라며 “다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실기업을 선별하는) 옥석 가리기에 단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금융#it#미래산업#한국#박종복#sc제일은행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