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14년 만에 마침내 일부 수술을 앞두고 있다. 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에 합의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반영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슷한 시기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제정됐다. 하지만 △매월 2회 의무 휴업일 운영 △영업시간 제한(0시부터 오전 10시) △전통시장 반경 1km 내 출점 제한 등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도한 규제로 기업은 위축됐고,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언제든 편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14년 사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장악한 공룡 기업 쿠팡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부가 2021∼2025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쿠팡 등 온라인 업체 매출이 연평균 10.1% 성장할 동안 대형마트는 4.2%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한 축이던 홈플러스는 존폐 위기로 내몰렸다. 전통시장 살리기에도 실패했다. 유통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통시장 수는 2012년 1511개에서 2023년 1393개로 줄었다.
대형마트들은 쿠팡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10여 년간 기다려 왔다. 마침내 규제 완화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들이 가장 경계하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법 개정 시도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을 제대로 넘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다. 새벽배송 허용에 대한 청구서가 어떻게 날아올지도 불투명하다. 일각서 새벽배송으로 발생한 이익의 공유, 대형마트의 상생협력기금 출연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현재 생성된 새벽배송 생태계는 그렇다 쳐도, 여기에 대기업들까지 뛰어드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전국 시장 곳곳에 반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노동계의 움직임도 변수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참여를 두고 참여연대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은 반대를 넘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새벽배송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경쟁자 출연이 달갑지만은 않을 컬리, 오아시스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민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2분기(4∼6월)부터 개정안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가 큰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기약 없이 마냥 미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에 뛰어들려면 포장과 배송 인력 추가 채용, 시스템 구축 등 투자가 필요한 만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마침 이번 새벽배송 규제 완화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만큼은 여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하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이해당사자 모두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적기에 제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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