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15초∼1분의 승부… ‘숏폼 플랫폼’ 춘추전국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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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중심이동
짧은 동영상 ‘숏폼’ 인기몰이… 개성 중시하는 Z세대 취향 저격
中 ‘틱톡’이 선두주자 부상했지만 최근 美中 무역갈등으로 흔들
국내외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 숏폼 콘텐츠 시장 공격 마케팅
SKT, 보이는 ‘V컬러링’… 수신자가 미리 설정한 영상
발신자 휴대전화에 보여줘 “환경 등 시의성 캠페인 펼칠 것”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최초로 지난달 24일 선보인 ‘V컬러링’의 실제 사용 모습. 김연아 서장훈 등 인기 스타가 등장하는 숏폼 콘텐츠부터 고객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까지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최초로 지난달 24일 선보인 ‘V컬러링’의 실제 사용 모습. 김연아 서장훈 등 인기 스타가 등장하는 숏폼 콘텐츠부터 고객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까지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평균 통화 대기 시간 15초, 전화 걸 때 휴대전화 화면을 주시하는 고객 비율 61%, 전년 대비 영상 통화량 증가율 16%.’

SK텔레콤이 주목한 수치다. 실제 최근 스마트폰 통화 이용 패턴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전화를 걸고 바로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다면 요즘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대중화되고 영상 통화 사용자가 늘면서 통화가 연결된 이후에도 휴대전화 화면을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SK텔레콤이 9월 내놓은 ‘보이는 컬러링’ 서비스인 ‘V컬러링’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V컬러링은 수신자가 미리 설정한 영상을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발신자 휴대전화에 보여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최초로 선보였지만 ‘숏폼 콘텐츠’가 유행인 중국에서는 2018년 5월 차이나모바일이 동영상 컬러링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이미 1억 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 스스로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컬러링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숏폼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의 취향을 저격할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 ‘아무노래 챌린지’와 틱톡의 급부상

2020년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숏폼’이다. 숏폼은 통상 15초∼1분 정도 길이의 동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과거 TV나 컴퓨터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던 것과 달리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면서 어디서나 짧게 끊어서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주 소비층은 Z세대다. 그리고 숏폼의 인기를 선도하는 것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틱톡(TikTok)’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87.4%로 다른 세대들보다 높았다. 그리고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중 틱톡을 사용하는 비율은 10대의 경우, 58.3%로 가장 높았다.

국내에서 틱톡이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덕분이다. 2020년 1월 13일, 신곡 홍보 목적으로 틱톡에 올라온 이 노래 영상은 이를 본 많은 연예인들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약 열흘 만에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했다. 이후 틱톡은 단순히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넘어 Z세대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다양한 챌린지에 참여하며 함께 노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 덕분에 틱톡은 2017년 서비스 출시 후 3년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0억 건을 달성했으며, 틱톡의 운영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약 116조 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 뜨거운 ‘숏폼 플랫폼’ 경쟁

하지만 틱톡은 최근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감정이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틱톡이 미국 사업 부문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오라클 등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마저 자국 내 틱톡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틱톡은 가장 큰 시장 두 곳을 잃은 상황이다.

그사이 다수의 국내외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은 숏폼 콘텐츠 시장 선점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틱톡보다 더 짧은 6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미국의 바이트(Byte), 중국에서 틱톡과 함께 숏폼 플랫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진(Zynn)’ 등이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인앱 숏폼 기능이 추가된 ‘릴스(Reels)’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발 빠르게 숏폼 동영상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02년 세계 최초로 통화연결음을 고객이 원하는 소리로 들려주는 음성 컬러링 서비스를 선보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숏폼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V컬러링으로 ‘한국형 숏폼 서비스’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 개성파 MZ세대 맞춤 서비스

SK텔레콤은 V컬러링이 자신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Z세대들에게 새로운 놀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V컬러링 내 영상 촬영과 편집을 통해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User Created Contents)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V컬러링으로 다양한 숏폼 영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과거 음성 컬러링에 대한 추억이 있는 30대 이상의 고객들이 V컬러링을 통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틱톡과 독점 제휴를 체결하고, 주요 기획사와 방송사,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등과 제휴를 맺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형 영상 서비스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이 매장 홍보 동영상을 V컬러링으로 설정하면 전화를 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는 식이다. 한명진 SK텔레콤 MNO마케팅그룹장은 “개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고객들의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환경, 사회, 지배구조) 콘셉트의 V컬러링 콘텐츠들로 시의성 있는 캠페인을 펼치는 등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숏폼 플랫폼#춘추전국시대#v컬러링#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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