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대 전기차 시대 온다…테슬라, 배터리 ‘나비효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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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3일 1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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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23일 밝힌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테슬라가 23일 밝힌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테슬라가 기존 배터리보다 성능이 좋고 가격은 싼 제품을 만들어 반값 수준에 전기차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세계 배터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와 ‘타사의 혁신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가속화 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3일(한국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어 기존의 배터리보다 5배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출력은 6배 강하며 주행거리는 16% 늘어난 새로운 배터리 ‘4680’의 개발 계획을 내놨다.

4680은 지름 46mm에 길이 80mm인 원통형 배터리를 의미한다. 1865·2170 등 기존 제품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테슬라 측은 이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가 기존 제품보다 54%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건 이런 배터리를 기존보다 훨씬 싼 값에 만들겠다고 선언한 점이다. 테슬라 측은 ‘드라이코팅’ 등 신기술의 활용과 생산 공정의 단순화, 배터리셀 구조 변화, 공장 설치 면적 감소, 생산량 확대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혁신을 통해 기존보다 배터리 생산비용은 56%, 필요한 투자금은 69%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 측은 여기에 전기차 생산 방식의 개선까지 더해 18개월 뒤에는 기존 전기차의 반값 수준인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우린 아직 가격이 적당한 전기차가 없지만 앞으로는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테슬라의 계획대로라면 성능이 떨어지고 비싸기까지 한 기존 배터리는 설 곳을 잃게 된다. 특히 이날 테슬라가 2022년까지 100기가와트(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2030년에는 그 보다 30배 많은 3테라와트(TWh)까지 생산하겠다고 밝힌 점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머스크의 이야기는 국내 3사를 모두 합병한 크기의 배터리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LG화학(10.5GWh)과 삼성SDI(2.6GWh), SK이노베이션(1.7GWh) 등 국내 3사의 배터리 공급량 합계는 14.8GWh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한 만큼 오히려 기존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날(22일) 머스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파나소닉과 LG, CATL 등에서 배터리 구매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전고체 배터리와 100만마일(160만㎞) 수명의 배터리 등 시장을 바꿔버릴 만한 혁신 기술도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원가 절감 계획과 딱히 다를 게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다”며 “LG화학의 신기술 로드맵과 크게 다르지 않고, 테슬라는 2022년 이후에야 안정된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계획이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를 불러와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커져, 궁극적으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테슬라의 배터리 계획은) 기존 기술의 개선 성격이 큰 만큼, 선발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업체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산업 전반적으로 배터리 원가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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