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전문직, 2억 신용대출 이젠 안 됩니다”

신나리 기자 , 박희창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9-17 03:00수정 202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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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빚투 차단” 이번엔 신용대출 조이기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던 직장인 A 씨는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주거래 은행 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먼저 받고 3개월 이내에 신용대출을 받으면 ‘사용처’를 확인하지만, 신용대출을 먼저 받아놓으면 문제없다”는 말을 듣고 대출 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계획이 틀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A 씨는 “대출을 받아야 집을 살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은 어떻게 자금을 마련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개인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갑자기 돈 빌릴 방법이 막막해진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8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23∼3.91%로 집계됐다. 한 달 전(2.04∼3.78%)보다 최저, 최고 금리가 0.19%포인트, 0.13%포인트씩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개월 연속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인 연 0.80%까지 떨어졌지만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면서 대출금리가 오른 것이다. 은행이 고객에게 적용하는 대출 금리는 코픽스 등 산정 기준이 되는 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식으로 결정된다.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1%대까지 나온 저금리 신용대출 상품의 문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 대표 신용대출 상품 금리들은 1.88∼3.70%다. A은행은 이미 이달 1일부터 대출자가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B은행은 우대금리 혜택을 없애거나 하향 조정하는 식으로 대출상품을 안내할 계획이다. 우대금리는 상품이나 고객 신용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법조인 또는 의료인처럼 고소득 전문직은 우대금리를 최대 1%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소수점 이하 금리 변화에도 민감한 고객들이 먼저 발을 돌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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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고신용자의 대출 한도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신용자들이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흐름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계산이다. C은행 여신 관계자는 “연봉 1억 원 정도의 고객에게 2억 원까지 나오던 대출 한도를 1억5000만 원 선으로 낮추는 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다. 법조인이나 의료인 같은 전문직에게 최고 200%까지 나오던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를 연소득 대비 100∼15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나고 있는 비대면 대출 상품들의 심사 기준도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급 임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비대면(대출) 자금 용도를 제대로 확인하고 대출 한도를 정확히 책정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D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비대면 대출상품의 심사기간을 소폭 늘리거나 한도를 줄여 수요를 조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신용대출을 조인다고 필요한 자금 규모가 달라지는 게 아닌데 갑작스레 한도를 낮추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소득자 대출을 조이다가 자칫 코로나19 피해자들의 생계형 대출 한도까지 자연스레 제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희창·김동혁 기자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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