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흔드는 네이버… “룰 지켜라” vs “문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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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네이버 ‘금융업 우회 진출’ 놓고 시끌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카카오가 은행을 설립하고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직접 경쟁’을 택한 것과 달리, 네이버는 포털 사업 과정에서 파괴력이 증명된 ‘제휴’ 모델을 택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금융업에 간접 진출하는 방식으로 정부 규제는 피해가면서 포털을 활용해 ‘통행세’를 걷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사 회장단 조찬에서도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위기감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가 규제는 안 받으면서 금융업을 다 먹으려 한다”고 했다.

○ 수수료냐 광고료냐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자동차 보험료 비교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손해보험업계 ‘빅 4’ 중 삼성화재를 제외한 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3곳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이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경우 판매액의 약 11%를 중개료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구체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다. 다만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기존 사업자들이 받는 수준으로 금융사들이 유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제휴로 네이버의 보험업 잠식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개별 회사 홈페이지를 찾는 대신 네이버를 타고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네이버가 일단 시장을 장악하고 난 뒤 중개료를 더 올려달라고 하면 안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이 ‘광고료’ 방식으로 중개수수료를 받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보험 판매 수수료는 14%로 상한선이 있지만 광고료는 상한이 없다.

○ 규제 우회 논란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에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소액대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들의 판매 실적 등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연 10%대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여신업계는 “네이버가 기존 금융회사들이 받는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신회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손충당금, 레버리지 비율 등을 엄격하게 규제받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현재 법적 제도적 문제가 없다. 전자금융업 외에 다른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면 추가로 획득해 정정당당하게 사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내놨다.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도 마쳤다. 증권 상품 및 전월세 담보 대출 상품 중개 등 다양한 사업도 검토 중이다.

○ 정보공개 범위 갈등

현재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본인의 금융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도 소비자가 계좌와 카드, 신용 정보 등을 조회하고 관련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이 과정에서 정보공개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금융회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금융거래 정보를 상당수 내놓아야 한다. 따라서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려면 검색 정보와 쇼핑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회사로선 네이버의 검색 정보 통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네이버 쇼핑 등에서 결제되는 모든 데이터는 다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금융회사들이 검색 통계 등 금융과 무관한 데이터까지 내놓으라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며 일단 네이버 손을 들어줬다.

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
#네이버#금융업#우회#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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