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으면 왜 포만감 느낄까?’ 뇌에 전달하는 신경세포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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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 왜 배부른 느낌(포만감)을 가질까. 이 원인을 찾으면 식욕을 억제해 비만·당뇨병 등의 새로운 치료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성연 서울대 화학부 교수(35)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의문을 가졌다. 흔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소리 한다”라는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의 뇌가 어떻게 포만감을 느끼고 행동을 조절하는지 정확히 밝혀낸 연구자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한 김 교수는 3명의 연구원과 함께 사람이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하는 소화기 내부의 물리적 자극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세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실험쥐를 통해 이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식욕을 감소시키거나 반대로 과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올해 4월 공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앞으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대상 과제로 선정돼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삼성전자는 김 교수를 포함해 상반기(1~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대상 과제 28건을 선정해 공개했다. 상반기 지원 과제에는 총 388억5000만 원이 지원된다.

김 교수와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사람이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와 유전자를 발굴해 비만과 당뇨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의·약학계나 산업계가 비만¤당뇨병 등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 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0년 간 쓰기 위해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등 3개 연구 분야에서 매년 3차례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자유 주제로 신청을 받고 별도로 연 1회는 테마를 지정해 과제를 선정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선정 연구 과제를 포함해 지금까지 589개에 연구비 7589억 원을 지원했다.

이번에는 기초과학 14개, 소재 8개, ICT 6개 등의 연구 과제가 선정된 가운데 질병 치료 등 건강 관련 과제의 비중이 김 교수를 포함해 총 6건으로 나타났다. 소재 분야 연구 과제로 선정된 오승수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항체와 약물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특정 세포에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과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항암제보다 1000배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은 줄어드는 약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CT 분야에선 최영빈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가 인공지능(AI) 기반의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두개골을 되도록 절제하지 않으면서 악성 세포에만 항암제를 투입하는 방식의 뇌종양 치료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알츠하이머(치매) 질환 발생 원인 발굴 등 4건이 건강 관련 연구 주제로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례적으로 국내 대학 소속의 외국인 연구자 2명이 제안한 과제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의 지원 사업에 외국인 연구자 2명 이상이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성과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분야에 관계없이 세상을 바꿀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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