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봉쇄땐 세계성장률 -6%”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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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올해 성장률 역대 최저 전망… -3% 전망, 코로나 상반기 종식 가정
팬데믹 이어지면 전망 추가하향…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비상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공식화되면서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생산과 소비, 고용이 동시에 마비됨에 따라 전 세계가 유례없는 불황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코로나19의 확산이 올해 말이나 내년 이후까지 계속되면 전 세계의 마이너스 성장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록 한국은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다른 선진국보다 충격이 비교적 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세계 각국의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춰서며 동반 침체에 빠져 있는 한 그 영향을 피할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 안 잡히면 세계 성장률 ―6%로 하락

IMF의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는 1970, 80년대 1, 2차 오일쇼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불황에 빠지게 된다.

IMF는 이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측했다. 지금까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1%)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마이너스 폭이 그때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번 경제 위기가 특히 우려되는 건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IMF는 일단 코로나19가 올해 하반기에 사라지면서 점진적으로 각국의 방역조치가 해제된다는 전제 아래 이번 전망치를 내놨다. 하지만 팬데믹(대유행)이 내년까지 마무리되지 않고 봉쇄조치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올해 세계 성장률이 ―6.0%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단계에서는 코로나 위기의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오일쇼크는 석유 수급 정상화로, 2008년 금융위기는 각국 중앙은행 공조로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경제를 회복시킬 대안이 없다.

세계 석학들도 경제가 단기간에 반등하는 ‘V자 회복론’에 대한 기대를 거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갑작스러운 마비가 온 것 정도로 봤지만 이제는 경제 시스템에 장기적인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웹 세미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전 의장 역시 경기가 느리게 회복하는 ‘U자형’과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이처럼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역시 타격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IMF(―1.2%)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이달 초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0.6%, 모건스탠리는 ―1.0%를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사 위기에 놓인 항공 등 기간산업과 수출 제조업체들의 영업수지가 악화되고, 일반 가계와 자영업자들도 실직과 폐업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한국이 글로벌 경제의 ‘위기 쓰나미’를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경제 위기가 한국 경제로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며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이 망가지지 않게 지원하고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기업을 미리 선별해 정책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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