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입국제한에…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발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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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생산 위해 700명 출장계획… “2주격리” 지침에 생산일정 차질
駐베트남 대사 “입국 허용을” 설득

장기화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이 지난달 22일부터 보름 사이 3번이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 공장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에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스마트폰 공급망의 핵심 기지인 중국, 한국에 이어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는 베트남마저 덜컹거리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시 및 판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본사 인력 및 협력업체 직원 700여 명을 베트남에 최대 3달간 출장 보내려던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14일 동안 자가 격리시키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측은 한국인에 대한 신규 노동비자 발급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인력들은 모두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후공정 관련 전문 인력들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패널을 베트남으로 수출한 뒤 회로 등을 붙이는 후공정 작업을 거쳐 모듈로 만들어 현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7∼12월) 새롭게 출시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플렉시블 OLED 모듈 생산을 준비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가야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9월경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 및 출시할 계획이라면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부품사들은 2, 3월경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현지에서 자가 격리되는 14일이 삼성전자의 한 해 스마트폰 출시 및 생산 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은 한국 의료당국이 발급하는 진단서를 소지한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으로 베트남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박 대사는 8일 베트남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엔지니어 등이 베트남에 입국해 14일 동안 검역을 받게 된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양국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장기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의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사이 베트남 현지에 생산 공장 및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지으며 과감한 투자를 해왔던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폐쇄 조치가 이어지자 국내 생산 물량의 10%를 한시적으로 베트남에서 제조하기로 했지만 베트남 입국 제한 조치로 추가 인력 배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 고위당국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입국 규제 조치로 인해 기업 경제활동에 지장이 초래되는 데 우려가 많다. 기업 활동에 최소한의 지장만 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신나리 기자
#삼성전자#스마트폰#코로나19#베트남#한국인 입국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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