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로 번진 유통불황… “공장 돌려봐야 빚만 쌓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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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산업계 전반 ‘도미노 불황’ 우려

서울 시내 면세점과 백화점에 잡화 제품을 납품하는 A브랜드는 3월부터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입소문이 나며 한국에 들르면 반드시 사야 하는 ‘K패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한 달 새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루 매출이 ‘0원’인 날도 있었다. A업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기업 유통사만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라며 “우리를 비롯해 말단 생산업체까지 어려움을 겪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형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협력사 및 생산업체로까지 경영난이 번지고 있다. 수요 감소로 생산량을 줄이는 업체뿐 아니라 재고로 쌓인 상품을 폐기하는 곳까지 생기자 업계에선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도미노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면세점과 거래해오던 업체들의 사정은 특히 심각하다. 실제로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면세점에선 화장품 등 협력사 발주량을 지난달부터 20∼50%가량 줄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내 주요 면세업체 관계자는 “패션 등 계절성이 강한 상품은 앞으로 발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70개 대리점과 백화점 입점 매장을 둔 잡화 브랜드 B사에 따르면 2월 가방과 신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이상 감소했다. 또 다른 국내 중견 의류업체 C사는 중국에서 비즈나 레이스 등 부품 배송이 일주일 이상 지연돼 신상품 출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B사 대표는 “영업이 마비돼 공장과 매장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만 고스란히 부채로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일부 농수산물 연계 제조업체도 역풍을 맞고 있다. 표고버섯 재배에 필요한 톱밥배지를 납품하는 중소기업 D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버섯 주요 납품처인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이 급감하면서 톱밥배지 주문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 증감률’은 전월 대비 ―3.1%로, 2011년 2월 이후 8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신희철 hcshin@donga.com·조윤경·김은지 기자
#코로나19#납품업체#유통불황#면세점#소매판매 증감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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