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업 경영개입 틀 유지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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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혐의 기업이사 해임요구 추진… “기업 길들이기 수단” 재계 반발에
홍남기 “지나친 간섭되지 않게 조율”… 29일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확정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 이사에 대해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해임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29일 공식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녹실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일부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녹실회의는 특정 이슈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관계부처 장관을 불러 협의하는 비공식 협의체다. 13일 공청회 당시 공개된 가이드라인에 대해 경영계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보완에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시장에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비치지 않도록 내용을 조율했다”며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견이 없으면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 바뀐 건 없고 시장에 (가이드라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일부 보완을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향후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이른바 ‘나쁜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제안을 통해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횡령 배임 등의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사에 대해 형이 확정되지 않아도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302개,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99개사”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은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의 압력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해임을 제안하거나 정관 변경을 통해 사실상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상위 법령과 충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주주권 강화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유근형 기자
#국민연금#범죄혐의#기업 이사#해임요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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