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방역 강화한다더니…지자체 살처분 ‘매뉴얼’ 안지켰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6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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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참여자, 방역복·마스크·보호안경 착용 안해"
SOP상 살처분·매몰 참여시 마스크·방역복 착용해야"
정부 관계자 "SOP 완벽히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난 농가의 돼지 살처분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정부의 ‘지침’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ASF를 막기 위해 방역 강화에 나선 정부가 막상 관리·감독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취재진이 26일 ASF 확진 판정이 난 인천 강화군 불은면 소재 농가의 살처분 과정을 지켜본 결과 해당 작업을 진행 중인 포크레인 운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방역복조차 입지 않았다. 살처분에 참여한 대부분 사람도 ‘매뉴얼’상 반드시 써야 하는 보호안경을 쓰지 않았다.

살처분 후 매립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강화군 불은면 소재 농가의 돼지들은 인근 농가에서 매립됐다. 이 과정에서 역시 포크레인 운전자는 방역복과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살처분과 사체처리에 참여하는 인력은 마스크, 일회용 방역복, 보호안경 등을 착용하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시장·군수는 살처분에 참여하는 인력에 대해 작업 전과 후 반드시 방역수칙을 교육(살처분 관련 규정·작업요령·주의사항)하고, 출입자를 통제해야 한다.

매몰 장소도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농가의 돼지들이 묻힌 지역은 도로와 상당히 밀접해 있다. SOP에는 적합한 매몰 장소로 하천·수원지, 도로 등과 30m 이상 떨어진 곳을 추천했다. 도로 및 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인접하지 아니한 곳으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매립된 장소는 도로에서 지나다니는 차량이 육안으로 살처분 과정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몰 작업을 지켜본 한 시민은 “도로변 인근에서 매몰작업이 진행됐고 차량 통제도 없었다”면서 “보기에도 불안정한 작업처럼 보였다”고 했다.

강화군 불은면 소재 농장에서는 돼지 830여 두를 사육하고 있었으며 이중 모돈(어미돼지)은 80두였다. 농장의 위치는 이미 확정 판정을 받은 김포 통진읍 소재 농장에서 6.6㎞, 강화 송해면 농장과는 8.3㎞거리였다. 또 반경 500m 내에는 농장 1호(970두)가 있고 500~1㎞ 내에는 3호(7400두)가 위치했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된다. 돼지 살처분 및 매몰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ASF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확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이 ASF 확산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살처분은 개인이 정비해야 하지만 시장이나 군수가 지침을 내리게 돼 있고 그 절차는 SOP에 나와있다”면서 “개인이 완벽히 할 수 없으니 지자체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 정비가 소홀했다면) SOP를 완벽히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확산 조짐이 보이자 이날 낮 12시까지 발령 중인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48시간 연장하는 등 방역을 한층 강화했다.

아울러 경기 북부 축산 관계 차량이 타 권역으로 나갈 수 없도록 금지했다. 경기 북부 중점관리지역 밖에 있는 축산 관계 차량도 경기 북부 중점관리지역 내 시·군을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광역 지자체에 전용차량 등록을 하고 발급된 전용 스티커(녹색)를 부착해야만 한다. 경기 북부 양돈농장을 다녀온 후에는 다른 권역의 양돈 농장을 출입할 수 없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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