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못찾은 새 집 1만7981채… 52개월 만에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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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후 미분양 한달새 7% 증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의 감계아내에코2차 아파트는 전체 단지 1393채 가운데 522채의 주인을 찾지 못한 채로 지난달 사용 승인을 받았다. 준공 전에 어떻게든 미분양을 털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파트를 짓는 2년 동안 주변 시세가 전용면적 84m² 기준으로 5000만 원 이상 하락하면서 이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싸늘하게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분양할 땐 합리적이라고 평가받았던 분양가가 이젠 주변 시세보다 3.3m²당 100만 원 정도 높아져 버렸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창원의 산업이 쇠퇴하고 인구가 줄면서 이젠 가격을 낮춰도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악성 미분양’으로 부르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달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로 늘었다. 특히 경남 지역의 악성 미분양 주택이 1년 만에 2배로 늘면서 동남권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7981채로 2014년 9월(1만8342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한 달 만에 1243채(7.43%)가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북(3045채)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완공된 아파트가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3030채), 충남(3014채), 경기(2514채) 순이었다. 경남은 2011년 3월 이후, 경북은 2011년 7월 이후 7년여 만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이 쌓였다.

특히 제조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월 1546채였던 경남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년 사이 96.0% 늘어났다. 전국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시군구인 거제시(1424채)와 3위 창원시(879채)도 경남에 속해 있다.

실제 거제와 창원에서는 감계아내에코2차 이외에도 준공 이후까지 비어 있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경남 거제시 일운면의 거제코아루파크드림 아파트는 전체 767채 아파트 가운데 절반이 넘는 411채가 아직 비어 있다. 전체 1164채 가운데 144채가 비어 있는 거제센트럴푸르지오, 643채 가운데 165채가 빈 거제아이파크2단지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 역시 줄줄이 완판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사들은 물론이고 대형 건설사들도 ‘미분양 암초’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짓는 경남 거제시 장평동 거제장평 꿈에그린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전체 262채 가운데 불과 4채만 분양됐다. 한화건설 측은 “재건축 조합과 상의해 분양 조건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시공하는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는 545채 가운데 477채가 미분양 상태다. 대림산업은 마산합포구에서 짓던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의 분양 계약자가 40명에 그치자 최근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한 뒤 해당 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은 동남권 주택시장 불황에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동남권 부동산 불황은 특정 건설사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침체와 인구 유출 때문에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미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동산#아파트#미분양#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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