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혁신 과제 ‘건수 부풀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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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규제 여러개로 쪼개 등록… 도심정비 감독 완화 총 7건 달해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 관련해선 산업부-복지부 다른 내용 발표도

정부가 각 부처의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정보포털에 사실상 1건인 규제가 여러 개의 규제혁신과제로 쪼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의 성과에 연연하면서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도심 정비사업 시행사와 관리업자에 대한 감독을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개혁 과제는 7건이다. 이 과제들은 모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는 과제로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겨 있다. 하나의 법 개정안인데 7개 과제로 쪼개진 셈이다.

이 같은 ‘규제 쪼개기’는 재정비 촉진사업, 건설기술용역,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감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나타났다. 규제를 세분해 규제정보포털에 등록해 둔 상태에서 법안 1건이 처리되면 여러 규제개혁 과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효과가 난다.

한 정부 부처의 규제 담당관은 “실무자가 보기엔 한 덩어리인 규제가 많은데 규제 현황을 관리하는 국무조정실에서 모두 나눠 등록했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이 규제개혁을 총괄하면서도 규제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부처별로 규제 완화에 대한 ‘온도차’를 보이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 항목에 뇌중풍(뇌졸중), 대장암 등 13개 질병을 포함하는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이 시범사업을 허가받은 유전자 검사업체 마크로젠은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규제 샌드박스 1호 업체가 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14일 비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57개로 확대하되 질병은 검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마크로젠은 유전자 질병검사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업체는 안 되는 셈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면서도 한정된 범위의 규제 완화를 허용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짧은 시간에 부처마다 같은 규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부처별로 충분히 협의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규제혁신#유전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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