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최종현 학술원 만들어 인재양성 힘쓴 선친 뜻 이어가겠다”

  • 동아일보

故 최종현 SK회장 20주기 추모식

24일 고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친의 뜻을 이어 학술재단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최 선대회장. SK 제공
24일 고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친의 뜻을 이어 학술재단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최 선대회장. SK 제공
“우리가 장학퀴즈로 7조 원 정도를 벌었을 것이다. 기업 홍보가 1조∼2조 원, 인재를 키우고 교육한 효과가 5조∼6조 원 정도 될 것이다.”

고 최종현 SK 회장은 1980년대 초반 장학퀴즈 500회 특집이 방영될 무렵 당시 선경그룹 임원 및 제작진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간 투자한 돈이 얼마냐”고 물었다. 1973년 SK는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한 장학퀴즈를 홀로 후원하던 터였다. 배석한 임원이 “150억 원 정도”라고 답하자 최 선대회장은 “그럼 선경이 번 돈은 얼마냐”고 되물었다. 임원들이 답을 못 하자 최 선대회장이 내놓은 대답이 ‘7조 원’이다.

26일 타계 20주기를 맞은 최 선대회장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고 인재 양성에 힘썼다. 장학퀴즈 후원에 이어 1974년에는 세계적 학자 양성을 목표로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지금까지 3700명의 인재에게 유학비와 체재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전액 지원했다. 정보가 부족한 장학생들의 유학 준비를 돕기 위해 재단이 직접 강의계획서를 구하고 도서도 챙기도록 했다. 그 덕분에 높이 5m에 이르는 재단 서고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쓰인 전문 원서 3만5000여 권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 선대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저도 미약하게나마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학술재단인 가칭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선대회장이 세상의 인재를 기르고 기업시민으로서 SK라는 DNA를 남겨주신 데 대한 감사함을 담아 이 재단을 헌정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가상현실(VR) 기술로 부활한 최 선대회장과 대담을 나누는 영상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생전 모습 그대로인 외모와 목소리를 재현한 홀로그램은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술과 VR 전문 스타트업 에이펀의 솔루션 등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최 선대회장은 염 총장과 20여 분간 대화를 나눈 후 무대에 마치 실제로 등장한 것처럼 객석을 향해 서서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가족들과 참석자들에 대한 인사말을 전했다. 최 회장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선대회장을 그리는 많은 분들의 그리움을 모아서 한 번 만남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선대회장을 기리는 인사들의 회고도 이어졌다.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전 SK텔레콤 부회장)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상용화 당시 ‘정말로 되는 거지’라고 한 번도 묻지 않으셨다. 한번 맡기면 끝까지 신뢰해 성공을 이끌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장학퀴즈 아나운서였던 방송인 차인태 씨는 “여러분이 다 ‘베스트 원’인데 졸업하고 선경에 오면 안 된다. 대학이든 연구소든 세계인재로 성장하라”던 당부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SK그룹 임직원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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