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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아이돌 가수 지망생, ‘배추 創農 아이돌’로

입력 2018-08-06 03:00업데이트 2018-08-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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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농업으로 100만 일자리를]스타 꿈접고 청년농부 된 장평화씨
‘바닷물 정화’ 절임배추 20억 매출… 김장철 80명 고용하는 사장님으로
전남 해남군에서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해남평화농수산물 장평화 대표는 “농촌은 일자리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해남=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귀농 4년 차인 전남 해남군 해남평화농수산물 대표 장평화 씨(34)는 아이돌 가수 지망생이었다. 2003년 19세에 스타를 꿈꾸며 연예기획사에 들어갔지만 가수의 길은 쉽지 않았다. 지방 행사장들을 돌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인들과 만난 21세 무렵부터 농업이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010년 기획사를 완전히 나온 장 대표는 호주로 건너가 토마토 농장에서 2년 남짓 농사일을 익혔다. 2015년 전 재산 300만 원을 들고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해남으로 내려갔다. 이곳 황토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배추는 달고 속이 꽉 들어찬 것으로 유명하다. 장 대표가 배추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재배하는 고추와 마늘을 수확하거나 배를 타고 나가 전복을 따기도 했다. 얼마 후 825m² 남짓한 땅을 구입해 배추 재배를 시작했다. 장 대표는 밤낮으로 배추 절이는 방법을 연구했다. 바닷물을 정화해 두 번 절이면 배추의 아삭함을 살리고 해수의 미네랄을 머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9포기씩 담긴 절임배추가 10박스, 20박스씩 팔려 나가더니 주문량이 점점 늘었다. 장 대표에게 일감을 주던 마을 이장이 “우리 배추도 팔아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인터넷에서 판로를 열면 좋겠다는 그의 생각에 아내가 힘을 실어줬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준 아내 덕분에 장 대표는 인터넷 직거래를 시작했다. 입소문에 인터넷 홍보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김장철에는 약 5만7000박스, 51만 포기를 팔았다. 매출액이 20억 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사장이 된 것이다.

현재 해남평화농수산물은 약 16만 m²의 밭에 배추, 고구마, 마늘을 경작하고 주변 농가의 농작물을 시가보다 20% 비싸게 사들여 다시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김장철에는 80명에 이르는 인력을 고용한다. 장 대표는 이제 지역 고용을 일으키고 생산물을 소비하는 중소기업인이다.

장 대표는 “농촌은 일자리의 보고”라며 “직접 재배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생산, 유통, 가공에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운전자’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농부들이 농업 현장에 뛰어들어 일자리를 만들고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일구고 있다. 농촌을 바꿔가고 있는 청년 농부들을 만나 농업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해남=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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