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위, 삼바 분식회계 혐의 결론 못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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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회의에도 의견일치 못봐… 중징계부터 무혐의까지 극과극
7일 열리는 증선위에 전달하기로… 일각 “책임 떠넘기기 결정” 비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를 마친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수와 소수 의견을 정리해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회계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된 감리위가 뚜렷한 결정 없이 심의를 끝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감리위가 책임을 회피한 채 증선위에 판단의 공을 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감리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3차 회의를 밤 12시를 넘겨 끝냈지만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 3차 회의는 금융감독원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들 없이 감리위원 8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앞서 17, 25일 임시회의에 이어 이날 정례회의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의 공동 투자자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특정 조건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 등 주요 쟁점을 두고 회계처리 위반 여부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감리위원들 간에 가장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고의적 분식’부터 ‘무혐의’까지 극명하게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 처리를 위반했다고 보는 감리위원들 사이에서도 쟁점별로 의견이 다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감리위는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으로 구분해 이달 7일 열릴 증선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자문기구’인 감리위의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을뿐더러 감리위원들도 심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비공개로 돼 있는 감리위원 명단이 노출된 데다 전례 없이 회의 내용을 속기록으로 남기기로 하면서 위원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론 등을 의식한 위원들이 금감원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결국 ‘증선위에 판단을 맡긴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7일 열릴 증선위도 2, 3차례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무혐의 종결을 기대하고 있다”며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회사 측 입장을 소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박은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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