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수백 대 1… 설설 끓는 지방 분양시장

  • 동아일보

대구-대전-부산 등 일부 광역시 과열

최근 일부 지방 광역시에서 일반 아파트 시장은 침체한 가운데 유독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고 본보기집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관 후 사흘간 2만5000여 명이
 다녀간 ‘대구 연경 금성백조 예미지’ 본보기집. 금성백조건설 제공
최근 일부 지방 광역시에서 일반 아파트 시장은 침체한 가운데 유독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고 본보기집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관 후 사흘간 2만5000여 명이 다녀간 ‘대구 연경 금성백조 예미지’ 본보기집. 금성백조건설 제공
지난달 27일 문을 연 ‘대구 연경 금성백조 예미지’ 본보기집에는 사흘간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 기간에 본보기집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개관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한 분양 관계자는 “교통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경지구 본보기집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놀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 대전, 부산 등 일부 지방 광역시 청약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분양한 단지가 잇달아 청약 미달되면서 할인분양까지 등장한 경기 용인, 경남 창원 등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지방 분양시장의 총아는 대구다. 올해 청약을 받은 곳 중 전국 최고 경쟁률을 보인 곳이 1월 대구 중구에서 분양된 ‘e편한세상 남산’이다. 평균 경쟁률은 346.5 대 1. 최근 대구 북구에 분양한 ‘복현 자이’ 역시 171.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전 청약시장도 뜨겁다.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둔산’의 1단지와 2단지 경쟁률은 321.4 대 1과 241.9 대 1이었다. ‘e편한세상 남산’ 다음으로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해운대구 수영구 등 7개 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부산 역시 청약 열기가 여전하다. 올해 분양한 영도구 ‘봉래 에일린의 뜰’과 사하구 ‘사하역 비스타 동원’ 등이 수십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이 때문에 조만간 분양할 해운대구 ‘해운대 센트럴 푸르지오’의 3.3m²당 분양가가 2000만 원을 넘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부산의 최근 1년 평균 분양가는 1260만 원이다.

이들 지역의 기존 아파트 시장은 침체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대구, 대전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8%와 0.5%에 그쳤다. 전국 평균(1.2%)을 밑돈다. ‘복현 자이’가 들어선 대구 북구의 경우 이 기간에 아파트값이 0.3% 떨어졌다. 부산도 0.4% 하락했다.

이들 지역의 청약시장이 달아오르는 이유는 뭘까.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새 아파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전과 대구, 부산의 아파트 중 준공된 지 20년 넘은 단지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3∼10%포인트 높다. 반면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로 택지 공급이 끊기면서 이들 지역에는 아파트를 지을 땅이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 신규 분양 아파트(4824채)는 전년(8274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양 소장은 “‘신규주택 부족→재개발 및 재건축으로 수요 몰림’의 패턴이 이들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투자수요도 청약시장 열기를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올해 대구 및 대전에서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지역은 모두 전매제한이나 양도세 중과 등 정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주택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는 판단에 수도권에서도 투자 문의가 오곤 했다”고 전했다.

일반 아파트 시장과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기존에 살던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등 자금 마련 통로가 좁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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