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임박한 50대 이상 고령층의 노후 준비 수준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은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매달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월평균 41만 원을 저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5일 내놓은 ‘은퇴준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54.5점으로 집계됐다. 2014년 57.2점, 2016년 55.2점 등으로 지수는 지속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연구소는 2014년부터 2년마다 은퇴준비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수도권과 5개 광역시의 25∼74세 1953명을 대상으로 했다. 지수가 50점 미만이면 ‘위험’, 50∼70점 미만은 ‘주의’, 70점 이상은 ‘양호’ 수준을 나타낸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은퇴 준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노후 불안감은 커지면서 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은퇴 준비가 잘돼 있는지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자기 평가점수’는 2014년 57.7점에서 올해 49.6점으로 위험 수준으로 후퇴했다. 100세 시대에 대비해 열심히 노후 준비를 하지만 심리적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은퇴를 대비한 노후자금 준비 수준이 올해 67.8점으로 2년 전(61.1점)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응답자들이 보유한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2년 전 2억3919만 원에서 올해 2억8045만 원으로 상승한 영향이 컸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재무 준비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의 저축 수준이 갈수록 나빠졌다. 20∼40대는 월평균 저축액이 일제히 늘었다. 하지만 50대는 2016년 53만 원에서 올해 50만 원으로, 60대 이상은 같은 기간 43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 여파로 20∼40대의 은퇴준비지수는 전반적으로 소폭 오른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2∼3점 떨어졌다.
세부 항목 중 은퇴 후 여가시간과 관련된 ‘활동’ 점수가 44.2점으로 가장 낮았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서 일주일 평균 여가 시간은 2014년 8.9시간에서 2016년 6.5시간, 올해는 5.5시간으로 꾸준히 줄었다. 특히 50, 60대에서 감소 폭이 컸다. 은퇴 준비가 재무 부문에 치중돼 있고 노후에 어떤 취미 활동 등을 하며 보낼지에 대한 준비는 소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수준에 따라 노후 준비의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절반(48.3%)은 은퇴 이후의 재무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은 월평균 478만 원을 벌고 이 중 64만 원을 노후를 위해 저축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32.8%는 재무 수준이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자산은 2억 원을 밑돌았고 노후 대비 저축액도 월평균 15만 원에 그쳤다.
윤 연구원은 “3층 연금(공적, 퇴직, 개인)에 가입해 노후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충분한 여가 활동과 대인 관계 등 비재무적 영역에서도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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