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7년만에 최대 낙폭… 10년 유동성 잔치 끝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7일 03시 00분


아시아 증시 ‘검은 화요일’ 패닉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6일 한국 코스피가 장중 3% 넘게 떨어지고 일본 홍콩 중국 대만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등 아시아 각국 증시가 ‘검은 화요일’의 충격에 빠졌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60% 내리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이 같은 다우지수 하락 폭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2011년 8월 10일(―4.62%) 이후 최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각국이 시장에 풀어온 풍부한 유동성에 기댄 자산시장 호황국면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증시 폭락에 아시아 금융시장 ‘패닉’

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4%(38.44포인트) 떨어진 2,453.3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가 2812억 원어치를 팔았다. 코스피는 장중 전날보다 3.3% 떨어진 2,409.38까지 떨어졌다가 기관투자가가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하락폭이 줄었다. 하지만 이날 하루 동안만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25조 원 가까이 사라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말 이후 2조 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전반적인 불안감이 커졌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39.22% 오른 22.61로 마감해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7% 넘게 하락하는 약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4.73% 내린 2만1610.24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는 5.88% 내렸고 중국(3.35%)과 대만(4.95%)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 10년 이어온 ‘유동성 잔치’ 끝나나

미국과 아시아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은 뚜렷한 악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중앙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오래된 불안감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가 이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진단이다.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금융위기 이후 줄곧 낮은 수준을 유지해온 임금과 상품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가 지난달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하는 등 미국 내 근로자의 임금은 2009년 이후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해외투자은행(IB) 16곳 중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한 기관은 6곳에 이르렀다. 한 달 전에는 4개 기관만이 4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연 3% 가깝게 오르며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조만간 연 3%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채권가격 하락(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 한국 내 외국인자금 대거 이탈 우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오른 달러당 1091.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말 달러당 105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약 2주 만에 급반등하며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인 반면 미국은 연 1.25∼1.50%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올해 최대 4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반면 한은은 2차례 정도의 인상이 한계라고 보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한미 금리가 역전되고 한국에 있던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

이번 주가 하락이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물러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한 위원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가 진행될수록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한국은 아직 경기 회복 속도가 제한적인 데다 국내 재정 지출 확대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요인이 산적해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당국이 대응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가 하락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증시가 브레이크 없이 40% 가까이 오른 만큼 주가 조정이 한꺼번에 터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주식팀장은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뚜렷하고 기업들의 실적도 좋은 만큼 지금은 베어 마켓(증시 하락)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박성민 기자
#증시#미국#금리인상#코스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