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선단장 없는 선단 가라앉는건 순식간… 삼성 앞날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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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총수 공백에 사업재편-M&A투자 등 결정 못해”

“솔직히 무섭고 두렵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등기이사이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윤부근 사장(사진)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8월 3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전전시회 ‘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현지 기자간담회. 윤 대표는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상당 시간 자신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털어놓으며 “무섭다. 두렵다”란 표현을 되풀이했다. 삼성전자 사장이 공개석상에서 이재용 부회장 부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가 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한 곳을 사들이려다 막판에 의사결정이 늦어져 결국 실패한 사례를 공개했다. 굵직한 인수합병(M&A) 및 투자 적기를 놓칠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개의 사업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 삼성전자를 여러 척의 어선이 공동 작업을 하는 선단(船團)에 비유했다. “저는 한 어선의 선장일 뿐이다. 선단장 없이 어선들이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라. 사업구조 재편이나 인수합병 같은 대형 투자는 어선 한 척의 선장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한 사람의 부재로 흔들릴 리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같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는데 각 부문 사업을 맡아 하는 전문경영인이 맡은 범위를 벗어나 3∼5년 뒤 비전을 위한 구조 개편을 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윤 대표는 “함대가 가라앉는 건 순식간”이라며 “잘되는 회사가 망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스스로 사업의 주인이라 생각하지만 이 부회장에 비하면 (주인 의식이) 1000분의 1이 안 될 것”이라며 “그런 오너십이 지금의 삼성을 이뤘고, 앞으로도 발전하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삼성#윤부근#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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