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2개 그냥 합친 것? 부품도 다 새로 설계!”

  • 동아일보

삼성 ‘플렉스워시’ 개발팀 가보니
‘위 전자동-아래 드럼’ 일체형 제작… 주부들 요구 따라 빨래 추가용 문도
높이 1.1m 맞추려 개발기간 길어져… 비행기 선반 문 뜯어다 안전성 연구

17일 김현숙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Lab장)가 자신이 개발을 이끈 ‘플렉스워시’를 직접 소개하고 있다. 플렉스워시는 두 개의 세탁기를 일체형으로 제작해 분리 세탁이 가능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삼성전자 제공
17일 김현숙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Lab장)가 자신이 개발을 이끈 ‘플렉스워시’를 직접 소개하고 있다. 플렉스워시는 두 개의 세탁기를 일체형으로 제작해 분리 세탁이 가능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삼성전자 제공
“세탁기 2개를 합친 것뿐인데 이것도 개발이 어려웠나요?”

삼성전자 ‘플렉스워시’ 개발팀을 이끈 생활가전사업부 김현숙 상무(Lab장)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서운한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었다고 한다.

1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김 상무는 “플렉스워시는 작은 부품 하나까지 새로 설계해야 했을 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은 제품”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플렉스워시는 하단은 대용량 드럼형 세탁기, 상단은 전자동 세탁기를 일체형으로 설계해 올해 3월 내놓은 신제품이다.

주부들이 세탁기에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연 ‘분리세탁’이었다. 매번 세탁기를 색깔 옷과 흰 옷으로 나눠 두 번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다. 세탁기 기술이 좋아지면서 용량을 키워 달라거나 물 시간 에너지를 덜 쓰게 해달라는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됐다.

플렉스워시는 주부들이 던진 숙제를 해결했다. 위에는 3.5kg 전자동 세탁기 ‘콤팩트 워시’, 아래는 대용량(17∼23kg) 드럼형 세탁기를 하나로 만들었다. 콤팩트 워시는 아기 옷이나 속옷, 간단한 빨랫감을 수시로 세탁할 수 있다. 드럼형 세탁기는 두꺼운 겨울 이불 빨래도 여유 있게 세탁 및 건조할 수 있는 크기다.

플렉스워시는 드럼형 세탁기에 작은 문(애드워시)을 추가해 세탁 중이라도 빨랫감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드럼형 세탁기가 보편화된 뒤 가장 불편함을 느끼던 부분이었다. 일반 드럼형 세탁기는 가득 차 있는 물을 모두 버린 뒤에야 세탁물 추가가 가능했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플렉스워시 개발까지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소음을 잡아야 했다. 두 세탁기를 일체형으로 제작했으니 높이가 높아졌고, 귀에 닿는 소음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플렉스워시 10여 대가 동시에 돌아가는 ‘진동소음 실험실’에 들어서니 의외로 시끄럽지 않았다. 각 세탁기는 아스팔트, 나무, 타일 등 다양한 형태의 바닥에 놓여 세탁, 탈수, 건조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좌우 높이를 달리해 수평이 어긋나도록 놓았는데도 소음이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 세탁기개발그룹 조성진 연구원은 “비결은 위아래 세탁기의 ‘소통’에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세탁기가 서로의 진동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플렉스워시 내 콤팩트 워시와 드럼형 세탁기가 수시로 움직임을 공유하며 최대 회전수(RPM)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높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콤팩트 워시와 드럼형 세탁기 높이를 더하면 1.4m 정도다. 소비자의 팔, 허리, 다리 근육과 관절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높이였다. 155∼172cm 키의 일반 여성 시야각과 동작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플렉스워시는 ‘높이는 무조건 1.1m’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개발했다. 세탁기 내부의 작은 부품 크기도 새로 설계해 개발 기간이 이전 제품들보다 더 길었다.

안전성도 빼놓을 수 없다. 애드워시의 경우 세탁물을 부드럽게 밀어 넣을 수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머리가 들어가지 않는 크기로 몇 차례의 수정작업을 거쳤다.

김 상무는 “콤팩트 워시 문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비행기 선반 문을 뜯어다 공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장의 본격적인 평가를 앞둔 김 상무의 얼굴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수원=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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