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수출 4년만에 두자릿수 늘었지만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

  • 동아일보

수출호조세, 환율 등 외부변수 덕
국제경쟁력 하락에 멈춘 공장 늘어 경제체질 개선 등 근본대책 시급

 올해 1월 수출이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 수출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달 증가는 1년 전에 수출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있어 좋아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의 상승 등 ‘외부 변수’로 수출이 증가한 만큼, 이 기회를 활용해 산업 구조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액(통관 기준)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늘어난 403억 달러(약 46조7500억 원)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이 10% 이상 증가한 건 2013년 1월(10.9%)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11월(2.3%), 12월(6.4%)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주력 품목이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1월 수출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13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8개 품목의 수출이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석유제품(67.4%), 석유화학(34.9%), 반도체(41.6%), 평판디스플레이(20.8%) 등은 두 자릿수 증가 폭을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64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해 수출이 워낙 크게 줄어들다 보니 올해는 조금만 나아져도 실적이 개선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수출은 19.6% 줄며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수출 호조세가 한국 경제의 천수답 구조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환율 및 유가 효과에 기댈 뿐, 산업 경쟁력은 나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연간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7.6%)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개점휴업’한 공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부 요인으로 수출이 좋아진 현 상황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이 나쁘지 않은 지금은 조선, 해운, 철강 등 주력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이 그나마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을 감안하면 현재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경제 체질을 개선해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수출#제조업#국제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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