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지화-고급화, 중국인 마음 잡았다

  • 동아일보

[중기가 미래다]중국의 ‘限韓流’ 넘은 휴롬-락앤락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휴롬 슈퍼브랜드데이 행사가 열렸다. 슈퍼브랜드데이는 알리바바 유통망에 입점한 5만여 개 브랜드 중 100대 브랜드를 정해 브랜드별로 하루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행사다. 휴롬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휴롬 슈퍼브랜드데이 행사가 열렸다. 슈퍼브랜드데이는 알리바바 유통망에 입점한 5만여 개 브랜드 중 100대 브랜드를 정해 브랜드별로 하루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행사다. 휴롬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는 왕훙(網紅·중국의 인터넷 유명인사)이 휴롬의 신제품 원액기를 소개하는 1인 방송이 진행됐다. 이 방송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2400만 명. 휴롬 측은 “1인 방송 실시간 시청자 수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이 방송은 알리바바가 각 분야 대표 브랜드를 선정해 하루 동안 자사 유통망에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한 ‘슈퍼브랜드데이’의 일환이었다. 휴롬에 앞서 락앤락도 지난해 3월 이 행사에 참여했다. 다이슨, 에스티로더,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온 이 행사에 한국 중소기업이 참여해 브랜드 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 ‘한한류(限韓流)’ 넘은 휴롬·락앤락

 이번 휴롬의 슈퍼브랜드데이 행사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각 기업의 중국 수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진행됐다. 휴롬 측은 “알리바바와 중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중국 소비자들도 휴롬에 대한 관심이 높아 큰 문제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휴롬은 약 3000억 원인 연매출의 절반가량을 수출로 거두고 있다. 수출액의 60% 이상은 중국 매출이다. 락앤락 역시 지난해 9월 기준 국가별 매출 비중을 보면 중국(37.1%)이 한국(29.6%)을 앞선다. 휴롬과 락앤락은 모두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다. 휴롬의 전신인 동아산업은 2004년에 중국지사를 설립했고, 락앤락은 2004년 중국에 진출했다.
○ 한류보다는 고급화·현지화 전략

 휴롬은 중국 진출 초기에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 씨를 모델로 기용하며 한류를 홍보에 이용했다. 지금은 한류 마케팅에 크게 기대지 않고 중국 연예인을 활용한다. 대신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신모델을 내놓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휴롬 측은 “한류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 인프라가 탄탄한 온라인 시장에 집중해 정치·외교적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락앤락은 중국 현지에 맞는 전용 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차를 마시는 것이 생활화된 중국 소비자에게 맞춰 락앤락 차통을 내놓고, 중국에서 구매력이 높은 20, 30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들고 다닐 수 있는 보온병과 텀블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중 다양한 색깔로 디자인을 강조한 ‘펀컬러 텀블러’는 2014년 이후 200만 개 이상 판매했다. 락앤락은 중국기업브랜드연구센터에서 발표한 중국 브랜드파워지수에서 2012∼2016년 5년 연속 밀폐용기 부문 최고 브랜드로 선정됐다.
○ 온라인 판매에 집중

 2013년 락앤락은 중국 진출 초기 매출 30%까지 차지하던 특판 매출이 곤두박질치며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당시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정부패 처벌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용 선물 등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락앤락은 “이 일을 계기로 기업 고객이 아닌 소비자와 직접 닿을 수 있는 티몰, 타오바오 등 온라인 시장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직접 판매에 집중하면서 2013년 708억 원에서 2014년 273억 원으로 급감했던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2015년 353억 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락앤락 관계자는 “중국에서 온라인이 전체 매출을 견인한 덕에 2013년 급감했던 매출도 점차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휴롬 역시 2015년 온라인 매출 비중이 58%에 이를 정도로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 지난해 휴롬은 2015년보다 22% 늘어난 매출 220억 원을 기록했다. 휴롬 중국본부의 김재희 본부장은 “광군제는 중국 온라인 시장 대응 능력의 시험대”라며 “제품 선정, 가격 설정, 제품 생산, 물류 등 전 분야에서 3개월 전부터 철저히 준비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락앤락#휴롬#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