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요리대회 뺨치는 간편식 품평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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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요리하다’ 신제품 평가

 “음식을 드시다가 표정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갸웃하는 것도 안 됩니다. 다른 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 사무실. 테이블 다섯 개에 여성 22명이 4, 5명씩 조를 짜서 둘러앉았다. 롯데마트의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 신제품 소비자 품평회가 있는 날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업체 직원의 주의사항을 듣는 이들은 모두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무작위로 선발한 평범한 30, 40대 주부였다.

 올해 유통업계 트렌드로 꼽히는 가정간편식 열풍은 주로 대형마트 PB 제품이 이끌어왔다. 그중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요리하다’는 모든 제품에 대해 일반 소비자 품평회를 거치는 차별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간편식 PB 중에서 사내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는 있어도 전 제품 소비자 품평회를 실시하는 것은 ‘요리하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 엄격한 심사

9일 열린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PB ‘요리하다’ 소비자 품평회에서 참가자들이 음식을 맛보며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총 10종의 음식을 평가했다. 롯데마트 제공
9일 열린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PB ‘요리하다’ 소비자 품평회에서 참가자들이 음식을 맛보며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총 10종의 음식을 평가했다. 롯데마트 제공
 이날 품평단은 샤부샤부 육수, 찜닭, 순대볶음 등 다양한 제품 10가지를 평가했다. 맛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브랜드, 제품명, 가격 등은 가린 채 포장지에 써 있는 조리법대로 조리한 음식만 제공된다. 시식이 시작되자 사무실 안은 음식을 씹고 넘기고, 그릇을 옮기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품평단은 테이블에 준비된 비스킷과 물을 틈틈이 먹고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 음식을 먹기 전 앞서 먹은 음식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입안을 씻어내는 것이다. 먹는 순서도 순한 맛에서 강한 맛의 음식으로 조정돼 있었다.

  ‘불고기 파전’이 등장하자 현장에서 지켜보던 문경석 롯데마트 ‘요리하다’ 상품기획자(MD)의 눈이 빛났다. “MD마다 자기가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 있는데 파전은 제가 기획한 제품”이라고 말하던 그는 품평단의 시식을 지켜보다 한숨을 쉬었다. “이런 품평회를 몇 번 하다보니 표정만 봐도 ‘감’이 오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파전은 통과가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실제로 ‘불고기 파전’은 이날 “고기양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탈락했다.

○ 탈락률이 60% 넘어

 이날 평가를 받은 제품 10종 가운데 4종만 상품화가 결정됐다. 육수는 감칠맛과 개운함, 찜닭은 식감과 양념이 밴 정도를 평가하는 식으로 음식마다 각기 다른 평가 항목에 답해야 한다. 한 제품에 대해 이런 품평회를 세 차례 실시해 60명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상품화를 결정한다. 특히 ‘제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얼마나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품평단의 70% 이상에서 ‘만족한다’ 혹은 ‘아주 만족한다’는 답이 나오는 것이 상품화를 위한 최소 요건이다. 품평회에 참여한 주부 김경아 씨(35)는 “평소 집에서 아이들에게도 먹일 만한 음식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요리하다’ 제품은 총 114종. 하지만 그동안 품평회를 거친 제품은 300종이 넘는다. 탈락률이 60%가 넘는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경험 많은 식품회사도 처음에는 대부분 50대 남자인 사장님 입맛에 맞춰 제품을 만들다 보니 ‘진짜 소비자’인 주부 품평단의 냉정한 평가에 대부분 한 번씩은 탈락한다”고 말했다. 또 “맛을 좋게 하려고 현장에서 슬쩍 참기름이나 조미료를 첨가하는 업체도 있다”며 “그럴 경우 아예 조리를 다시 하게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부침개, 빈대떡 등 전류는 간편식에서 상품화가 어려운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일일이 한 장씩 부쳐야 하다보니 단가는 높으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두께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 MD는 “감자전을 상품화하기 위해 수차례 품평회를 거쳤는데 매번 ‘텁텁하다’ ‘두껍다’ 같은 평가를 받으며 탈락했다. 결국은 품평회에서 나온 주관식 답변을 바탕으로 식감을 살린 ‘치즈 감자채전’을 개발해 상품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내년까지 ‘요리하다’ 브랜드 제품을 500종까지 확대해 연간 매출 15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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