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막아라”… 경영 정상화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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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이후… 재계 초긴장

 12년 만에 재연된 탄핵 정국 속에 재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10월부터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어왔는데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다만, 탄핵안 가결로 어느 정도 경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각 기업은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는 한편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가기로 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국정조사 청문회라는 큰 산을 넘은 삼성그룹은 내년 경영계획을 정상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분위기다. 미래전략실 해체 등 대규모 조직 개편은 특검 이후로 미루더라도 주요 사업부별 인사 등은 너무 늦어지지 않게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당초 이달 6일과 9일 각각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계획 초안은 이미 완성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보고 및 승인만 남겨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에라도 언제든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21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연말 전략회의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매년 부품(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부문별로 각 사업부장과 임원, 해외 법인장들이 참석해 내년 상반기(1∼6월) 제품 개발 및 판매 전략을 점검하는 회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법인에서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취소나 연기가 어려워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이르면 다음 주초 해외영업본부 법인장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치적 리스크로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무리한 연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인사 역시 예년처럼 12월 마지막 주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정세 불안이 환율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판매량이나 영업이익 목표를 세우는 데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말 인사 전에는 경영계획 수립이 완료돼야 하지만 환율 움직임에 대한 예상이 어려워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정기 연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은 구본준 부회장과 LG전자 최고 수장에 오른 조성진 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신년 사업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SK그룹도 예정대로 이달 중순 인사를 발표한다.

 올 한 해 유독 부침이 심했던 롯데그룹은 탄핵 정국 속 내수 위축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주력 산업인 유통과 서비스업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6월 검찰 조사 이후 시작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CJ그룹도 보통 12월에 실시하던 임원 인사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논란을 빚었던 K컬처밸리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당분간 정부의 인허가권, 사업승인권 등의 결정과 신성장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공격적인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미국과의 경제외교가 공백 상태여서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로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정치 불확실성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옮아가는 국면에서 현재의 내수 불황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더라도 경기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제때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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