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삼성 합병’ 찬성에 靑 입김 작용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0시 00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작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어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삼성은 최순실 씨를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청와대는 그 대가로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움직여 삼성 합병을 지원토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 이사장은 검찰 포토라인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의) 삼성 합병 과정에서 삼성과 따로 얘기한 적도 없었고, 청와대 지시도 없었고, 국민연금에 어떤 의도를 갖고 전화를 한 적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작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밝힌 합병 계획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닥쳤을 때 국민연금공단은 전문가그룹인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그해 7월 10일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7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했고, 삼성이 9∼10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에 35억 원을 지원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다.

 삼성에 대한 의혹 중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기준에 따른 결정이다. 삼성이 합병에 이르게 된 데는 헤지펀드에 국익을 내줄 수 없다는 주주들의 지지 여론이 반영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삼성이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출연금 외에 추가로 최 씨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최 씨에게 돈을 건넨 것은 대가에 대한 사례이거나 대가를 기대한 성격이라고 보고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망을 조여 가고 있다.

 삼성 합병 관련 의혹이 해소된다고 해도 국민연금공단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연금 보험료를 정치권력의 의사에 따라 함부로 굴린다는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만 해도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방식에서 갈등을 빚던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연임 불가를 통보했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이사장이 사퇴하라'는 요구를 받는 등 마찰을 빚었다.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권력에 따라 춤추다 부실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 고령화시대의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재벌과 정권의 유착관계를 끊는 동시에 국민연금 운용체계를 전면 개혁하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형표#삼성물산#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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