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닥터 스트레인지와 배트맨이 사랑한 ‘람보르기니’… 뿌리는 트랙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성규 기자의 아, 저 차 영화에서 봤어!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을 듣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거 같다. 직선 위주의 날카로운 디자인이 특징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즐겨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성공한 신경외과 의사인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파티에 가는 길에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타고 스피드를 즐긴다. 패들시프트(운전대에 붙은 기어 변속장치)를 능숙하게 조작하면서 아슬아슬한 질주를 하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결국 맞은편에서 오던 차와 부닥쳐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길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람보르기니가 주는 인상은 강하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누리는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템이기 때문. 이 밖에 람보르기니를 사랑하는 또 한 명의 ‘부자’이자 ‘히어로’가 있는데, 바로 배트맨이다.

  ‘마블’ 진영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람보르기니를 몰았다면, DC 진영에서는 다크나이트 3부작의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이 람보르기니를 몬다. 3부작 중 처음 두 편인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에는 ‘무르시엘라고’가, 마지막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아벤타도르’가 등장한다. 배트모빌만큼이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여전히 시선을 사로잡기는 마찬가지. 다크나이트에서 브루스 웨인이 “(배트모빌은) 너무 눈에 띄니까 평소 타던 것(람보르기니)을 타고 가겠다”고 하자 집사 알프레드가 “꽤나 띄지 않겠군요”라고 되받는 것이 명대사가 됐다.

 페라리가 유려한 곡선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람보르기니는 공격적인 직선을 숭배한다. 특히 일부 모델에 장착된 시저도어(옆이 아니라 위로 열리는 차량 문 형태)는 카리스마를 더해주는 요소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다크나이트 모두에서 람보르기니는 교통사고로 파손되고 마는데, 멋진 디자인 때문에 사고 장면마저 멋있어 보인다.

 기자는 지난해 초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한 사설 자동차 박물관을 찾았을 때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오래된 트랙터들이 죽 늘어서 있었는데, 회사명이 ‘Lamborghini(람보르기니)’로 돼 있었던 것. 알고보니 람보르기니는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군용차량을 개조해 트랙터로 개조하며 성공을 거둔 유명한 트랙터 회사였다. 그런데 창업주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스포츠카를 만들게 된 과정이 재밌다. 바로 ‘페라리’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자동차를 좋아했던 페루초는 페라리를 몇 대 가지고 있었는데, 잦은 고장의 원인을 발견하고 개선 방향을 논하기 위해 페라리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를 만나길 원했다. 하지만 당시 포뮬러1(F1)을 우승하는 등 유명인사였던 엔초는 페루초를 ‘트랙터 장사꾼’ 정도로 여기고는 문전박대했다. 이에 분개한 페루초는 ‘무조건 페라리보다 빠른 차를 만든다’는 목표로 람보르기니를 창업한 것.

 람보르기니는 수십 년 만에 세계 부호들의 상징이자 ‘로망’으로 자리잡았고 디자인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다만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는 디자인만큼이나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해 다소 아쉽지만, 람보르기니를 사려는 사람 중에 누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싶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자동차#영화#람보르기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