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車 회장의 ‘지구 한바퀴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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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간 6개국 4만4000km 해외현장 방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8일 중국 창저우 현대차 공장 준공식 당일 공장을 둘러보며 생산라인과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8일 중국 창저우 현대차 공장 준공식 당일 공장을 둘러보며 생산라인과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3개월간 6개 국가 7개 도시, 4만4000km.

 올해 78세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8월부터 방문한 해외 현대·기아자동차 생산공장과 이동거리다. 최근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 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과 품질 논란, 장기 파업사태로 위기를 겪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개발, 친환경차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또 경기 침체와 노조 파업의 영향으로 올해 1∼9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562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어드는 등 악재가 겹쳤다.

 정 회장은 해외 공장 방문에 앞서 “지금껏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성장을 이어왔다”며 직접 해외의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판매 현황을 점검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근본적으로 세계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나아져야 다른 제반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 회장의 해외 강행군은 8월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부터 시작됐다. 9월에는 미국 판매법인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을 찾아 직접 챙겼다. 이달 17일에는 현대차 중국 베이징 제3공장을 찾아 생산라인과 품질을 점검하고 18일에는 현대차 창저우 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총 6개 국가를 방문한 이동거리만 해도 4만4000km로 ‘적도 기준으로 지구 1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정 회장은 해외 판매 확대로 위기를 돌파하고자 유럽, 미주, 중국 등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78%를 차지하는 국가들을 직접 방문해 현장 지휘를 했다. 정 회장은 멕시코 방문 당시 “지금까지 쌓아온 높은 수준의 품질 경험을 통해 자동차 생산의 세계적인 명문이 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각 방문 국가의 문화나 특색에 따라 대응하는 전략도 보였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는 등 공을 들였다. 창저우 공장 준공식 뒤에도 허베이 성 자오커즈 서기와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자오 서기는 “베이징 현대가 이곳에 공장을 건설한 것은 기적”이라며 “모든 주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과거에도 주요 고비마다 해외 현장 방문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1998년에는 미국 판매가 9만 대까지 떨어지자 이듬해 미국을 찾아 마케팅 강화를 지시했다. 당시 현대차는 ‘10년-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반등의 기회로 삼았다. 2009년 금융위기 때는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경쟁사들은 마케팅을 줄였으나 정 회장은 오히려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라”라고 주문했다. 이때도 현대차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불황을 이겨냈다. 일본 업체들이 엔화 약세를 무기로 판촉 공세를 강화하던 2014년에는 미국 현지를 찾아 판매를 독려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가 대내외 악재로 어려움을 맞고 있는 상태에서 노구를 이끌고 해외 현장을 누비고 있는 정 회장의 활동이 사내외에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정몽구#현대#노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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